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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칼럼] 경제의 동작대(銅雀臺)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8-11 18:32

옛날부터 사람들은 높은 지대에 사방이 탁 트인 누각(樓閣)같은 집을 짖고 그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길 좋아했던 것 같다. 망루같이 높은 곳에선 주위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중국 삼국시대 때 조조(曹操)가 지은 동작대(銅雀臺)도 이와 비슷한 동기에서 축조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1천 8백여년전 주변의 군소 국가들을 정복한 조조는 업이라는 도시를 위(魏)나라의 도읍지로 정하고 이의 재건을 위해 대대적인 역사를 벌였다. 지금의 하뻬이성(하북성河北省) 린장현(림창현臨彰縣) 남서쪽에 있던 큰 도시로서 춘추전국시대 이후 군사적 요충이었다가 그 후엔 여러 나라의 수도로 건재하면서 번영을 누린 중국 고대도시의 하나다.

조조는 이 곳을 재건하면서 도시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대에 큰 규모의 전망대를 세우고 지붕 위에다 구리(동銅)로 만든 봉황새(작雀)를 장식했다. 구리로 만든 봉황새가 있는 높은 망루라는 뜻에서 그 이름을 동작대로 지었다고 한다. 전쟁의 승리자로서 자신이 성취한 권력 명예 권위 자존심 등을 이 전각 안팎에다 함축, 각인하고 전승자로서의 힘을 과시했다.

서울 동작동이라는 높은 지대에 국립묘지를 자리하게 하고 그 곳에 애국지사들의 무덤을 두게 한 것도 조조가 동작대를 건립한 배경, 명분 등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싶다.

아무튼 동작대라는 말은 처음부터 고상한 의미로 사용돼 왔다. 이 단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하나의 특정누각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였으나 차츰 그 의미하는 바가 바뀌면서 승리, 권력, 힘, 지배의 뜻 외에 명예, 자존심 등의 뜻도 함께 담긴 보통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할 당시 온 국민은 IMF사태라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 고통을 당하든 아니든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바람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엔 DJ가 디조노믹스라는 경제이론 내지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라는 인식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또한 컸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어려운 국면에 처한 국가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필요한 이론과 대 국민 설득용 논리적 근거가 되기도 했던 미국의 뉴딜 정책과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 일본의 나카소노믹스 등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처방전이 디조노믹스에서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특히 DJ가 스스로를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처하는 가운데 경제정책의 이념과 기초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에 두고 이를 추구해 가겠다고 공언할 때 그에 대한 지지도는 높아만 갔다.

그러나 IMF사태를 극복해 가면서 과거보다 더 관치적으로 후퇴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말로는 민간위주로 한다면서 과거보다 더 정치적 지시적 행태로 낙후되고 운용면에서 더욱 관료적이 된 것은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토록 강조해온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당사자들 가운데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민간위주 운영에 역점을 두기로 했던 무역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이 결과적으로는 정치 내지는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정부의 단순한 주변부속기구로 전락되지는 않았는지. 그밖에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공약 내지는 공언들은 없는지 냉정히 살펴보았으면 한다.

항간에선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빚어지는 각종 양태의 혼란양상이 정권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쉽게 분석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밑바탕을 들여다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와 같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지향해온 정부로서 그 동안 취한 조치가운데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솔직하고 분명히 밝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IMF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자랑만 되풀이할게 아니라 정부가 펼친 그 동안의 노력과 결과 등을 소상히 밝히고, 우리의 모든 관행을 국제규범에 맞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던 처음 계획 등도 제대로 실현됐는지, 아니면 돼 갈 가능성은 있는지 경제의 동작대에 서서 다시 한번 숙고해 보기 바란다.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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