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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칼럼] ‘티티테인먼트 金融’으로 가려나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8-04 19:52

티티테인먼트라는 말이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만들어낸 조어이다. 엄마 젖이라는 의미의 속어인 티츠(tits)와 즐긴다는 뜻이 담긴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라고 한다. 할 일 없이 빈둥대는 일부 젊은 세대들처럼 내용도 없는 오락물이나 즐기면서,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허기를 느낄 정도도 아닌 분량만큼의 먹거리를 섭취하며 적당히 살아가는 저급한 세속적 풍조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삶의 뚜렷한 목표와 꿈도 없고 막연하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것에 만족하면서 즐기려고 하는 사회현상을 총칭하여 티티테인먼트 현상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풍조가 만연되면 사회분위기가 무기력해지고 약체화된다고 경계하기도 한다.

IMF사태를 겪어 가면서 한국금융의 모습이 이런 양태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증감상황을 보면 이 같은 우려의 심도가 더욱 깊어진다. 쉽게 말해서 기업대출보다는 가계 즉 개인대출 증가폭이 훨씬 더 커 기업대출은 회피하고 가계대출에 집중되는 양상으로 금융자금공급 패턴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1월부터 11월말까지 11개월 동안 가계대출은 52조5천만원이 늘어 42.5%나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중 기업대출은 겨우 4조1천만원, 2%증가에 그쳐 우리나라가 이제 경제성장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갖게 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했고 한국기업을 대표해온 대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중 오히려 15.4%가 감소, 황당한 느낌마저 든다. 신용카드 남발에 이어 대급업까지 본격적으로 영업하게 될 경우 장차 경제발전과 성장의 잠재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같은 경제내적 요인보다는 외적요인이 더 큰 데서 빚어진 현상이다. 은행원들의 보신주의가 날로 팽배해져 가능하면 기업대출 관련업무를 맡지 않으려 하고 실제로 기업대출 위축현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부실에 관련된 금융기관 임직원들을 상대로 무더기로 추진된 재산 가압류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그 주요원인이라는 것이다. ‘’리스크를 안고 기업대출을 해 준들 누가 알아줍니까, 대신 책임을 져줍니까.” 기업여신 담당자들 사이에 확산돼 있는 자조적 푸념의 하나다.

지난 날 잘나가던 선배 금융인들이 명예퇴직의 1순위로 뽑혀 추방되다시피 쫓겨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취급대출의 부실로 인한 문책, 재산압류 소송 등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비참한 모습으로 연명해 가는 선배들의 은행생활말년을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주민들은 공덕비까지 세워주며 그의 업적을 기렸지만 은행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모두 빼앗기고 전 재산마저 가압류당한 것을 비관하다가 끝내 자살한 어느 지방은행장의 인생말로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최근 가압류 손해배상소송 등과 관련, 한 전직 은행장의 용기있는 결단이 금융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다수의 은행 임직원들이 재산압류에 대비 재산을 숨기는 것과는 달리 ‘본인명의를 고수’ 하면서 “ 가압류가 들어오면 가압류해지 신청소송으로 맞대응 하겠다”고 당당한 자세를 견지, 많은 금융인 들로부터 동병상련적 동정과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역사가 가장 오랜 영국의 뱅크 오브 잉글랜드에 지금과 같은 역할과 임무를 부여하고 런던을 세계최초의 국제금융시장으로 가꾸어 내는데 크게 기여한 래드클프위원회는 금융에 관한 광범한 연구조사 끝에 금융관련 교과서 같은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그 최종보고서에서 금융의 성격은 일시적인 것이 될지도 모를 사회적 이념, 주의 등에 얽매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정책은 필연적으로 그것이 시행되는 세계에 의해 그 성격이 결정된다. 그 정책의 적용범위는 불변의 것이 아니며 그 정책이 의도한 목적, 적용시의 결단, 정책을 시행하는 기법 등은 모두 경제정황의 제(諸) 사상(事象)과 그 시대의 사상(思想)에 의해 조건 지워지고 있다.’

국가경제의 영속적 발전과 국민생활의 향상을 위해 금융기관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운영돼야 할 것인가를 긴 안목에서 깊이 생각하길 기대한다. 세론을 거역하기가 힘들다 해도 현재여론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해선 곤란하다. 그러다가 금융자금이 가계에 지나치게 집중, 확대 재생산이 따르지 않는 소비나 조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것에 자족하는 ‘티티테인먼트 금융’으로 전락할 염려는 없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한정된 금융자금을 기업과 가계 가운데 어느 쪽에 중점 지원하는 것이 고용을 늘리고 남북통일에 대비하여 더 많은 자본축적을 할 수 있는 것인가를 명확히 판별하고 신중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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