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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함에 관하여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7-24 21:27

[茶洞칼럼]

‘투명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속이 훤히 비치어 가릴 것이 없는 것, 숨길 것이 없어 그래서 떳떳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신부님은 투명하다는 것을 이렇게도 쓴다. 좀 별난 성격의 이 신부님은 고백소가 뻔히 있는데도 걸핏하면 훤히 드러난 마당 한귀퉁이에 그냥 서서 고백성사를 받고는 한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 “투명한 것이 좋잖아요. 다 하느님이 알고 계신 일인데”하고 넘어간다. 아무래도 미사에 한두번 빠졌다는 상투적(?)인 고백 외에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꺼리게 된다. 죄 많은, 그래서 숨길 것이 많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투명한 것을 꺼리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신부의 말대로 하느님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으며 결국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죄가 어디 있으랴.

투명하지 못해 거국적으로 혼쭐이 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우리 경제가 IMF체제에 들어간 이후 한 푼의 달러가 아쉬워 동분서주 할 때 외국의 자본주가 하는 말은 언제나 ‘한국 기업들은 투명하지가 않아 투자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회계도 불투명한데다 지배구조도 불투명하고 회사의 기업 가치도 불투명하여 어느 한구석 투명한데가 없으니 믿고 돈 꿔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불투명한 장막 속에 가리고 있던 추한 몸매를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대명천지 백일하에 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나마 냄새가 덜나거나 몸매가 다소 남아 있던 회사들은 헐값에나마 외국자본 덕에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고 추악한 몸매를 드러내기를 거부하거나 아니면 아예 도저히 봐줄 가치가 없는 기업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어떤 자동차회사는 발 다리 머리하는 식으로 갈갈이 찢겨져 헐값으로 남의 손에 넘어 가기도 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울은행 같은 경우 외국자본에 보여줄 데 못 보여줄 데 다 보여주고서도 딱지를 맞고 이제는 내·외국인 아무나 적당히 처서 사가라고 할 처지에 있다.

개인이나 회사, 국가를 막론하고 투명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남의 손에 의해 처절하게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배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투명함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미국 자본은 정말 퓨리타니즘에 입각해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힘이 나온다고 짧은 순간이나마 순진하게 믿었고 또 믿고 싶었었다.

그런데 어느날 엔론인가 하는 거대 에너지기업이 스톡옵션에 눈이 먼 경영진들의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으로 망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만 한두 달도 되지 않아 업계의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투명성의 덫에 걸려 경영진은 단물을 빼 먹고 도망가고 기업은 문을 닫게 된다는 소식이다. 어느 증권사에서 친절히 만든 자료를 보니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으로 망할 예정이라는 미국기업 명단이 백과사전 글씨 크기로 A4용지 한 장이 넘는다. 이러고도 그 나라 경제가 거덜나지 않은 것이 용하다 하겠다.

속담에 뭐 뭍은 개가 뭐 뭍은 개를 나무란다더니 바로 그 격이다. 돈 몇 푼 있다고 물에 빠진 남의 나라에 와서 이곳저곳 들쑤셔 보며 냄새가 나느니 때가 많으니 하던 친구들이 정작 그들은 때 정도가 아니라 세균이 바글바글한 것이었다.

그나마 자기들 손으로 스스로의 치부를 들쳐 내고 고쳐 나가겠다고 설치는 것이 저력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 나라 회사가 망하거나 말거나 미국 경제가 거덜나거나 말거나 바다 건너 그들만의 굿거리로 그치면 다행인데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세계 경제의 종주국답게 그들의 기침이 우리에게는 독감으로 번지고 정부 당국자들이 아무리 우리 경제가 미국 경제와 별개로 움직인다고 견강부회해도 미국 증시의 먹구름이 우리나라에 오면 소나기로 변할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나라 기업은 얼마나 투명한지 분식회계, 주가조작은 행여 없는지 궁금해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 조작과 회계조작은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거라는 외신보도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정치면에는 유수한 재벌기업이 실세에게 뭉칫돈을 갖다 바쳤다는 기사가 뒤따른다. 그 재벌회사는 뇌물을 어떤 회계 항목으로 처리하는지 궁금해진다. 또 사회면에는 외국인이 대주주인 모정유회사의 경영진들이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뉴스가 줄을 이을지 걱정이다.

개인이나 회사나 국가를 막론하고 평소에 투명하게 살고 볼일이다.

드러나지 않는 죄란 없는 법이며 일단 드러나면 추한 모습 가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강 종 철 논설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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