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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칼럼] 고리대금업 허용시비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7-14 19:38

- 가계부담 경감에 맞춰져야 -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를 살펴보면 뒷면에 그려진 피라미드가 눈에 띤다. 그 윗쪽 4분의1쯤 잘려있는 작은 삼각추 안엔 무엇인가를 응시하듯 쏘아보는 눈동자가 이색적이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이며 건국에 관한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히에로니머스는 그의 저서 ‘미국의 숨겨진 운명’에서 이를 ‘지혜의 눈’이라고 명명했다.

“인간이 성취코자하는 목표는 현실세계를 넘어 멀리 보는 초월적 안목에 의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아메리카의 건국정신이 담긴 것” 이라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그 피라미드는 신생국인 아메리카의 영원 불변의 국력을 표현한 것이며, 강렬하고 예리한 눈은 신의 가호를 뜻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1달러짜리 지폐의 도안은 193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채택, ‘시대의 새 정신(Novus ordo Seclorum)’ 이라는 국장(國章)모토와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초 대공황을 극복하고 그야말로 새 시대의 새 정신, 새 질서를 정립한 루스벨트 대통령과 그 이후의 세대들은 이 달러 지폐에 그려진 ‘지혜의 눈’처럼 미래를 조망하면서 새로운 경제체제를 굳혔고 팍스아메리카나 시대를 열어갔다.

모든 일의 결과는 어떤 사물 또는 사태의 안과 밖을 투시하는 안목의 차이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가 경험한 IMF사태보다 더 심각하고 참혹한 대공황을 겪으면서도 그들은 목전의 현실세계를 초월하여 보이지 않는 미래세계까지 가늠하고 판단하는’지혜의 눈’을 갖고 대처했다.

오래 전부터 국민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엔 금융정책에까지 파급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신용카드 문제와 이와 연관돼 거론되는 고금리 소비자 금융업 추진이 당면과제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문제는 해외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그 심각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단순히 신용카드만의 차원을 넘어 금융정책, 소득정책 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다.

IMF사태이후 강력히 추진해온 저금리정책이 국민의 신용카드사용과 가계운영에선 한낱 공염불이 될 정도로 고금리 영향이 가계에 깊숙이 침투하는 실정이다. 한자리수가 아니라 수십%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고금리대출시장 진출을 놓고 국내 은행들은 물론 최근엔 외국 은행들까지 가세, 혈안이 돼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은행들이 고리대금업에 뛰어든다해도 가계가 부담해야 할 금리가 낮아질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이런 혼란상황에서 카드의 돌려막기와 여러 형태의 사회문제는 이 시대의 새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월드컵 축제의 분위기도 신용카드 문제앞에선 아득히 먼 옛이야기처럼 들릴 지경이다.

지금 항간에선 교통법규 위반자에 이어 신용카드에서 빚어진 신용불량자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날 8.3조치로 사채(이자)부담이 과중한 기업들을 구제, 경쟁력을 높여줬고, 농가부채를 해결해 주었듯이 이번엔 신용카드 빚으로 허덕이는 도시 서민들의 빚도 탕감해 줘야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아직은 이들의 목소리가 낮지만 몇 달 후 대통령선거가 본격화될 때 쯤엔 전혀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 사회학자인 로버트 매닝은 그의 저서 ‘신용카드 제국’에서 “소비는 후기 산업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며 가장 역동적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특히 ‘번 만큼만 쓴다’는 가치관이 옛말이 돼가는 가운데 “이제 신용카드는 소비욕망충족 내지는 쾌락적 목적을 위한 불요 불급한 도구가 아니라 실업자가 늘고 비 숙련 노동자가 급증하는 등 변화하는 산업사회와 노동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때로는 노사간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생존수단으로 사용될 정도로 카드사용의 목적이 변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신용카드 문제는 소비패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카드부채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부채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은행들이 자회사 형태로 고리대금업에 진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충당금 적립이 늘고 인건비 추가 부담이 생기더라도 동일법인이 고객의 신용도를 분석, 금리를 다단계로 차등화하여 적용.시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신용카드 부채가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겠지만 불가피한 부분은 선의의 가계대출로 인정하는 시각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든 변화의 물결을 ‘지혜의 눈’으로 보고 미래의 예상 문제까지 수용해서 참신한 대책을 세우길 거듭 촉구한다.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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