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으로 신용카드의 카드대출을 지목하고 대출비중 50% 축소라는‘극약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시장 전반을 보지 않고 취한 행정 편의주의적 조치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견해는 금융권은 물론 금감원 내부에서조차도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으며 이 같은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 감독당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카드대출 비중 50%이하 축소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3가지 정도다.
■ 서민을 결국 사채로 내몬다
그 첫 번째는 카드사가 카드대출을 인위적으로 축소해 나갈 경우 카드대출 채무자들은 결국 사채로 내몰 것이란 주장이다.
즉 돈이 없어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대출을 받았는데 갑자기 채권을 회수한다면 이들은 결국 카드채권을 갚기 위해 더 비싼 이자부담을 떠 안은 채 사채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2년여 동안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방침이지만 가구당(3,440만원) 부채가 많고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2년여만에 가계부채를 축소해 나갈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 방침에 따라 신용카드 대출 비중을 축소할 경우 서민들은 사채의 빚더미에 몰리게 되고 사채업자들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청부폭력 등을 동원할 것이고 이는 자살, 인신매매 등의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 시장 경제원리에 위배된다.
두 번째 문제는 시장 경제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사는 돈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그런데 단지 너무 많이 빌려 준다며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시장 경제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관련 법인 여전법에는 카드사의 대출비중과 관련해 아무런 조항도 없다. 따라서 위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정부가 관련 규정까지 만들어가며 인위적으로 대출 비중의 축소를 지시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가 금융권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던 관치금융시대의 발상이며 행정 편의주의적 시각이란 지적이다.
■ 신용카드시장 경직된다
마지막 세 번째 문제는 카드사 총 운용자산의 63.4%(304조9천억원)에 달하는 대출비중을 인위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신용카드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카드사의 수익비중이 일반 신용판매보다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 대출부분의 비중이 높은 만큼, 카드사의 수익구조를 왜곡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
특히 최근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어 대출 비중까지 축소할 경우 카드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위적으로 카드대출 비중을 축소시키려 하기보다는 개인 신용평가제도를 확립해 가계의 금융권 대출이 소득을 뛰어넘는 과도한 차입을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건전한 소비문화가 정착되도록 정부차원의 캠페인과 서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정부정책이 병행돼야 가계부채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