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평가제 도입해 다중채무자 방지 노력 필요
이익감소 가맹점 수수료로 보존토록 정책 지원해야
작년 12월말 현재 신용카드사의 카드대출(현금서비스 및 카드론)은 38조3천억원으로 총 가계대출의 11.2%(341조7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신용판매(일시불 및 할부)까지 합친 신용카드사의 가계대출 비중을 감안하면 20%에 달하는 것으로 신용카드사가 얼마나 서민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지를 알 수 있다.
정부는 이 부분에서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카드업계를‘고리대금업자’란 비난의 대상으로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대출비중 50% 이하로 축소하라는 정부의 방침도 문제다.
어차피 신용카드산업을‘조세정의 시녀(?)’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 정부는 이 시점에서 신용카드산업을 서민금융기관으로 활용할지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의‘금리’문제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즉 신용카드는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손쉽게 급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데 대해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최근 은행 문턱이 아무리 낮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담보나 보증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신용카드는 필요할 때 손쉽게 돈을 인출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용카드사들이 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현금서비스 한도가 점점 고액화 돼 이젠 1∼2천만원 정도는 굳이 은행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이처럼 금융 소비자측면에서 볼 때 신용카드는 가장 편리한 서민 금융기관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이 비싼‘높은 금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금리를 보면 최근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지긴 했지만 연 평균 대출금리가 19%로(13.8∼23.8%) 은행과 비교해 볼 때 8%P 이상 높다.
이 정도의 금리 차이는 아무리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하더라도 선 듯 카드대출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은 경제적 능력이 취약한 일반 서민들이 손쉽고 저렴하게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카드대출이 일반 서민들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금리만 제시된다면 이는 가장 좋은 서민금융기관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첫 번째는 개인 신용평점제의 도입이다.
최근 금융권이 가계대출 경쟁에 따른 부작용으로 부실채권 증가라는 홍역을 앓고 있다.
이는 금융 소비자의 경제력을 감안하지 않은 체 대출세일에만 급급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권간 개인 대출정보가 교류되지 않아 신용도가 낮은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다수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같은 다중 채무자의 발생은 대출채권의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이는 고스란히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개인 신용평가제’이다.
즉 개인의 보유자산 및 연간 소득을 감안해 신용도를 평가하고 그 신용등급에 따라 금융권에서 대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신용카드 이용한도 감안)를 부여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금융 소비자는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금융기관은 고객(채무자)의 채무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작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카드대출 금리 인하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의 문제다.
신용카드사는 돈을 빌려 운용하는 여신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 상승으로 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카드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은 금융시장 자율화라는 대의 명제에서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금리 경쟁력에서 취약한 신용카드사의 경영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인위적 금리인하 유도’는 위험한 생각이다.
그러나 현재 신용카드사의 이자 마진이 8%에 달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이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돈을 빌려 쓸 수 있게 끔 자체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대신 금리인하에 따른 이익감소를 신용카드 본업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가맹점 수수료를 정책적으로 보장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