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무관심속 450兆 공룡산업으로 성장
카드시장 중요성 증대…“규제 일변도 안돼”
최근 신용카드업계가 따가운‘여론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그 동안 당국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깨끗한 시장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넘지 말야 할‘사각의 링’과 ‘룰(rule)’을 먼저 만들어 줘야 함이 당연하지만 정부는‘플라이급 선수(?)’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이처럼 당국이 그 동안 신용카드시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던 것은‘작은 시장이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무사안일(無事安逸)한 정책 수립 성향과 무관치 않다.
언제나 문제가 발생한 후에‘대책’을 수립해 발표하는데 익숙했던 정부 당국자들은 신용카드시장은 관심 밖의 권역이었다.
항상‘대책’수립하는데 시간을 다 허비하다 보니 사전 예방을 위한 정책 수립에 시간이 날리 없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은행, 증권, 보험 등 좀 돈이 몰려 있다는 금융업종은 어떠했는가.
회생 가능성도 없는 대기업에‘기업이 죽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로 자금지원을 강요하는가 하면 증시가 침체하면 언제나 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 주식투자를 강요했다.
사전적 정책 수립은 커녕 사후적 정책도‘응급처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금융환경 가운데 신용카드산업은 가르쳐 줄 사람도, 야단쳐 줄 사람도 없는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서 450조원 규모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97년 8월 신용카드, 리스, 할부금융, 벤처캐피탈 등 여신금융회사의 관련 법률을 하나로 묶는‘여신금융업법’제정과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여신금융업법의 제정을 담당했던 재경부 담당 과장은“여신금융회사는 예금보호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금융시장의 화두였던‘금융 자율화’에 대한 정부 당국의 최고 답변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규제 원칙의 여신금융업법 개정은 신용카드산업을 여론 재판을 받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가장 먼저 나타난 문제는 삼성·LG·대우·동양 등 재벌계 여신금융회사들의 계열사 불법 자금지원 문제였다.
대우그룹 계열사인 당시 다이너스카드와 대우할부금융이 계열사에 각각 수천억원의 불법자금지원을 했는가 하면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도 삼성자동차에 각각 1,000억원씩 대출해 준 사실이 밝혀져 감독당국을 당황하게 했다.
그때까지 제대로 검사한번 하지 않았던 재경부와 금감원은 허술한 관리·감독의 현실을 인식하고 여전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5차례의 법 개정과 하부 법령을 수 차례 손질했지만 그때마다 규제개혁위원회 등 관련 부처로부터 제동이 걸렸으며 신용카드사들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예컨대‘길거리 모집 제한’문제를 보자. 금감원은 신용카드사들의 마구잡이 회원유치 경쟁에 제동을 걸기 위해‘가두모집 금지’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문제의 근본원인도 모른 근시안적 대책이란 비난을 받았다.
문제의 핵심은‘가두모집’을 한 자체가 아니라, 무자격자한테 카드를 발급한 것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규제를 한다면 합리적인 카드 발급기준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그 심각성이 더해 가고 있는 가계대출 부실화 및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했나.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커질 대로 커진 상태에서야 가계대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리인상, 신용불량자 등록기준 완화, 채권 추심시 금지규정 마련 등의 응급처치에 급급해야 했다.
또 그 동안 전혀 관리·감독도 안해 놓고 신용카드업계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금감원은 ‘영업정지’란 전례에 없는 초강경 제재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불법 영업행위를 한 신용카드사도 지탄을 받아야 하지만 그 동안 철저한 사전적 감독을 못했다는 점에서 금감원도‘직무유기’의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제 정부도 신용카드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만큼, 앞으론 신용카드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공정 경쟁을 통한 시장 발전이 이뤄지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 규제가 네거티브 하게 하되 길목을 지켜 불법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장 발전형 규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