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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사태가 신용평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 下 정보의 투명성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2-06 19:55

필수정보의 결여는 평가사-기업간 ‘파워게임’

“불합리한 관행 벗어나 시장중심 시스템 도입해야”



신용평가는 시장에 비해 고급정보를 향유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도 기술적인 이유를 핑계 삼아 다분히 의도적으로 필수적인 정보제공을 기피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필수정보의 결여는 분석논리의 비약과 잘못된 등급결정으로 귀결되지만 대체로 이러한 일이 초대형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일종의 파워게임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찌 되었건 신용평가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지만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평가회사만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파워게임이다. 이러한 균형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평가회사로 크게 기울었지만 점차 역전되어 가고 있다. 물론 평가회사간의 점유율 경쟁이 원인이며‘임의평가’에 기대를 가지는 또 다른 이유이다.

S&P가 제기한 Rating cliff의 개념은 국내 신용평가의 경험에서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Rating cliff에 대한 고려는 기존의 신용평가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지만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 주기도 한다. 우리의 신용평가와 관련하여 유의한 것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정부지원에 대한 의존

정부투자기업 또는 공적기관의 경우 재무상태가 부실하더라도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로 상당 수준의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신탁의 경험은 이러한 관행의 무조건적인 적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 가를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관행은 여전히 유효하며 통상적인 기준은 국민경제에서의 중요성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펀더멘탈이 취약한 경우에는 정책기조의 변화로 정부의 보호막이 사라지자 마자 곧바로 위기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의존

S&P는 Enron Corp.의 회계조작 발표(10월 16일, 당시BBB+)를 계기로 하향 검토에 들어가 11월 1일 BBB, 11월 9일 BBB-까지 등급을 낮추었지만, 11월 28일 M&A가 무산되고서야 이후 등급을 B-, CC, D로 낮추었다. M&A에 대한 기대로 결단을 미루다가 마지막까지 등급조정의 적시성을 놓친 것이다.

우리나라 신용평가에서는 M&A보다는 계열 프리미엄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예전보다는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상당수준의 계열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어떤 이유로 펀더멘털이 부실한 상태에서 계열의 지원이 차단될 경우 곧바로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그룹분리 이후 현대사태의 전개 양상도 어느 정도 이런 측면이 있고, 최근에는 인천정유 부도가 가장 극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인천정유의 유동성압박은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이었지만 전문가들조차 현대정유(나아가 외국인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에 훨씬 큰 무게를 두었다.

외부 유동성에 대한 높은 의존

외부자금 특히 유동성이 큰 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유지는 기업의 계속성 유지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주로 금융회사(신용카드 등) 또는 종합상사의 경우가 해당하겠지만 Usance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경우 신용등급의 하락은 단순한 부담 금리의 상승 뿐만이 아니라 조달 가능성의 급격한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정유의 경우에도 부도의 직접적 원인은 Usance연장과 관련한 유동성 압박이었지만 이런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간혹 조달 금리의 저비용 메리트를 이유로 Usance를 포함한 단기 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업을 보게 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한단계의 등급하락으로 은행의 Usance 한도가 갑자기 동결되는 경우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비탄력성

은행의 Usance공여 지침도 한 예가 되겠지만 가장 전형적인 예는 회사채 시장이 될 것이다. BBB와 BB등급의 조달가능성은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자연히 BBB-등급의 경우 한단계 등급하락은 곧바로 위기를 의미할 수 있다. 유통시장에서의 거래량이나 등급별 기준수익률에서 BBB-와 BBB0의 차이가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다. 2000년초의 새한도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비록 유동성 압박은 받았지만 BBB- 등급에서는 자금의 연장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의외로 자주 관찰된다. 이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극단을 피하고 차선의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탄력성이 필요하다. 다른 등급에서처럼 BBB-가 BBB0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정도로 대우 받게 하려면 투기등급 채권의 발행과 유통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투기등급채권이 무난히 거래되려면 정리채권시장의 정착이 필요하다. 도산3법의 정비에 크게 주목하는 것도 이런 금융시장의 비탄력성 완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구조화채권

ABS와 같은 구조화채권은 발행과정에서 신용분석은 물론 심도 있는 법률적인 검토까지 거친 매우 정교한 법적 약정의 조합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가정에 기초한 것이므로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하여 과도해보일 수 있는 정도로 안전판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에서는 기발행 ABS들의 초과 성과와 연이은 등급상향을 근거로 이러한 안전판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Rating cliff의 존재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접근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굿모닝증권 윤 영 환 애널리스트>

  • 엔론사태가 신용평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 上 신용평가의 반응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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