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oB, BtoC 결제시장 잠식 ‘우려’
지난 99년부터 시작된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해 2001년 9월말 현재 등록고객수로 895만명을 기록함으로써 어느덧 고객 1000만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 반면 애초 ‘구조를 변화시키는 서비스 채널’ 내지는 ‘금융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채널’로써의 역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신천지로써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적인 은행 경영전략 차원에서 실질적인 ‘혁신’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인터넷뱅킹은 기존 PC뱅킹서비스를 인터넷채널로 옮겨 놓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2년 6개월이라는 짧은 역사를 감안할 때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은행권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 및 마케팅을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내년에는 인터넷뱅킹시스템 자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보다는 전체적인 정비의 기간을 갖는 수세적인 전략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하드웨어적 시스템 구축 완료
2002년에는 국내 은행권 인터넷뱅킹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질적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개인뱅킹에 이어 지난해 기업 인터넷뱅킹 및 B2B결제시스템에 대한 구축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기본적인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을 끝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인터넷뱅킹시스템이라는 외형적인 틀에 내용과 서비스를 다르게 채워넣음으로써 은행마다 차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시스템의 우위에서 금융노하우 및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컨텐츠와 서비스 경쟁의 단계로 접어들게 됨을 의미한다.
개인인터넷뱅킹의 경우 대부분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계좌통합에서 이메일뱅킹, EBPP, 개인자산관리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시스템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선진 금융기관들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다. 이제는 시스템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실제적인 금융 노하우를 접목시키고 제휴서비스를 확대해 보다 안정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금융 경쟁력은 인터넷이라는 도구에서 비롯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인터넷뱅킹의 경우 대체적으로 수익창출과 직결시키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많은 은행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고민하고 고민했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기존 금융업무에 대한 노하우 없이는 개인뱅킹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개인인터넷뱅킹 부문에서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창구 대비 인터넷뱅킹이 획기적으로 비용절감이 가능한 만큼 우선 은행 대부분의 업무를 온라인화하고 단순서비스를 인터넷뱅킹으로 최대한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구로 자산관리와 생활설계, 유니버셜 뱅킹업무를 수용해 생산적인 업무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지향점은 금융포털을 중심으로 수렴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부대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개인 인터넷뱅킹 부문에서 가장 유력한 수익모델로 평가 받고 있는 온라인 결제부문은 이미 주도권을 넘겨준 상태다. 지난해 2000여개에 육박하는 온라인쇼핑몰의 매출이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움직임이 너무 더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최근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서비스의 등장으로 은행과 매개된 결제서비스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메릴린치와 웰스파고 등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활발하게 진행중인 외국 금융기관들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특히 웰스파고의 경우 ‘이지오더(Easy-Order)’서비스를 통해 원클릭 쇼핑을 제공하고 웹사이트의 유저네임과 패스워드, 배달주소까지 저장해 고객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급결제 시장을 빼앗길 경우 은행이 인터넷뱅킹을 통해 직접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터넷뱅킹서비스가 시작되던 초창기 소설처럼 얘기되던 은행과 통신 등 이업종간 경쟁도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및 결제서비스 업체들은 나름대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더디고 무거운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은행들이 이를 뒤쫓아갈 경우 온라인 결제시장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 기업뱅킹, 수익창출의 희망
은행권은 아직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기업인터넷뱅킹 부문에서 수익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결제원을 중심으로 기업간 전자상거래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비롯해 일부 은행은 아이덴트러스 등 국제 인증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지난해 기업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과 함께 기업간 전자상거래 결제시스템을 대부분 갖춘 은행들은 기업자금관리 및 ERP ASP서비스, MRO(소모성 자재관리) 등을 중심으로 기업뱅킹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면서 B2B 전자상거래 시장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반면 기업인터넷뱅킹 시장의 경우 아직 시장 활성화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경영 관행상 은행에 자금관리를 완전히 맡기기가 어려운데다 투명성을 담보해야 하는 기업간 전자상거래도 정착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 전자상거래를 추진중이어서 시장을 전체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시점도 모호하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27조원의 전자상거래 거래액의 91%를 차지하고 있는 B2B부문에서 대기업의 구매용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진 구매자중심형 거래액이 19조원에 달해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업뱅킹 및 결제서비스 부문에서 수익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사태의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거래관행과 제도적인 여건의 미비 등으로 인해 올해에도 기업간 전자상거래에서 은행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출현도 큰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참여해 내년 하반기 설립을 계획중인 브이뱅크의 출현이 기존 은행권 인터넷뱅킹서비스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직 인터넷은행 설립여부도 불투명하고, 기존 은행이 참여하지 않아 경쟁력 확보 여부도 미지수지만 인터넷은행의 등장 자체가 함의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브이뱅크측은 온라인은행으로써 고객데이터에 기초한 철저한 타깃마케팅과 비용절감 요소를 극대화해 경쟁력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인터넷뱅킹에 대한 전략적인 입장을 분명히 취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 새로운 고객접점으로써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금융기관의 입장에 따라 활용범위와 비중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분명한 채널전략 요구
지금까지 e비즈니스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고객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은행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인터넷뱅킹 정책을 수립하고 투자를 집행해왔다면 이제는 은행의 전체적인 경영전략에 따라 분명한 투자패턴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모든 은행이 인터넷을 주요 전략채널로 삼을 필요가 없는 반면 일단 전략적 지향점이 분명히 정해지면 거기에 어울리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선진 금융기관들의 경우 인터넷 채널에 대한 역할 정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 관련 부서만의 고민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인터넷뱅킹 그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은행 경영전략과 연계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단순히 서비스 채널을 지향한다면 다른 은행의 투자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서비스 채널로써의 투자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뱅킹이 저비용 채널로써 오프라인 거래를 얼마나 수용해 얼마나 비용을 절감했는지 혹은 신규 고객유치 내지는 고객이탈 방지요소로써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및 성과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창구업무의 역할변화 및 오프라인 조직을 축소시키는 움직임도 병행되어야 한다. ASP 등 아웃소싱도 적극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보안 및 전략상의 이유로 현재까지는 이러한 움직임이 미미하지만 고려해 볼 만하다.
전체적으로 평가해 볼 때 인터넷뱅킹이 외형적으로 화려하게 성장한 것과는 달리 은행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아직도 모호하다. 고객이탈을 막고 디지털 이미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과시용 채널의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강조하고 수익을 기대하는 경영진들도 전체적인 경영전략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흔적은 드물어 보이며, 과감한 결단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2002년은 인터넷뱅킹서비스가 시작된 지 4년째가 되는 해이다. 그동안 경쟁적으로 투자해왔던 부문을 되돌아 보고 고찰하는 시간을 한 번쯤 가져볼 때이다.
경영진들은 인터넷뱅킹에 대한 분명한 전략적 지향점을 세울 필요가 있고, 이에 따라 관련부서에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이트에서부터 시스템, 서비스 개발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조율을 담당해야 한다.
BtoC 결제시장도, BtoB 결제시장도 이미 선점의 기회를 놓쳐버린 상황에서 온라인 금융기관들이 속속 등장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기 시작할 경우 애매모호한 전략을 견지하고 있는 은행들은 온라인 영역을 급속하게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온라인에 최소한의 미련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기존 금융노하우를 강점으로 사이버 세상에서도 오프라인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새롭게 등장하는 지급결제 등 다양한 신영역에서 은행 전체적인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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