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유통업체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요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은행들과 CD기 이용수수료를 둘러싼 대립이 한창인 시점이라 카드사들은 ‘업친데 덥친 격’이다.
문제의 시작은 롯데백화점이 지난 20일 8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현행 2.5%에서 더 내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부터다.
이에 카드사들은 현행 백화점에 적용하는 2.5%의 수수료는 매출액에 따른 슬라이딩제 하에서도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롯데의 갑작스런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와 관련,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간 담합설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이 롯데를 필두로 한 백화점업계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요구로 곤경에 빠진 가운데 롯데의 요구가 터무니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카드업계는 매출액에 따른 수수료 슬라이딩제를 도입하고 있고 롯데에 적용하는 2.5%는 최저 수준이라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지난 2월 한 차례 수수료 인하 이후 자동 전산시스템을 통한 슬라이딩제를 실시, 수수료 2%이상인 가맹점을 대상으로는 기본수수료의 10%를 인하할 수 있게 했다”며 “특히 롯데의 경우 매출액 600억원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수료 2.5%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국민카드의 경우 100억원을 단위로 슬라이딩제를 실시중이며 2.5~2.7%의 범위를 적용하는데 롯데의 경우는 최저 수준인 2.5%를 적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할인점 가맹점 수수료가 1.5%임을 감안할 때 백화점 수수료 2.5%는 너무 높다는 롯데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며 “할인점과 백화점 마진율이 엄연히 다른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절대 비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카드업계는 롯데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해마다 늘어나는 타사카드 매출액에 따른 수수료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롯데는 타사카드 매출이 30%에 달하며 지난해 300억원을 기록했던 타사카드 매출이 올해는 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 유통 및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백화점간 담합설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롯데가 총대를 맺지만 실상은 몇몇 백화점간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한 사전교감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전지선 기자 fnzz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