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과거 보람은행 시절에 발생했던 대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구가 추진했던 오피스텔 분양과 관련, 대출인들이 이자삭감과 상환연기를 요구하며 장기 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은행은 대출과 관련 법적, 도덕적 책임은 전혀 없지만 본점과 지점 등에서 대출인들의 농성이 계속돼 은행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대출인들의 농성이 계속되면서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사건의 시발은 지난 97년으로 거슬러 간다. ㈜청구는 1997년 10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에 ‘청구 오딧세이’ 오피스텔을 짓기로 하고 936가구를 분양했다.
당시 시중금리를 밑도는 연리 11%의 고정금리로 3000만원씩 가구당 3명까지 대출하는 조건을 내걸자, 550가구 800여명이 적게는 3000만에서 최고 9000만원씩 260억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청구가 분양 두달만에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출인들은 짓지도 못한 건물에 대한 대출금 상환과 이에 따른 이자지급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자삭감과 원금 상환 연기를 요구했다. 대출인 중 일부는 법원에 채무부존재 항소심까지 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출인 대표와 하나은행, 그리고 보증을 섰던 서울보증보험은 협의를 진행했지만 서울보증은 하나은행에 대위변제를 단행했고 대출인 전부를 신용불량자로 지정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채권 추심에 들어가면서 대출인들이 장기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대출인 대표는 “원금과 이자를 무조건 탕감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며 “오피스텔이 완공될 때까지 원금상환과 이자지급을 보류해 주기를 바란다”며 하나은행의 선처를 요구했다. (주)청구도 하나은행이 준공 때까지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측도 대출인의 입장을 고려해 할 일은 다했다는 주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자 삭감과 관련 협의를 했지만 대출인 대표는 탕감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대출인들이 처한 상황은 인정하지만 은행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