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기관의 허위출자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본확대 및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국내 증권사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 증권사 경영현황은 물론 국내 증권시장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빼내가는 외국계 기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
이들 외국계 기관들은 외자유치를 추진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빠진 국내 증권사를 찾아가 출자를 약속하고 국내 증권시장 현황 및 내부 감사보고서, 경영구조등 주요 정보를 획득한 후 일방적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소식통에 따르면 올들어 이미 5~6개 증권사들이 이 같은 외국계 기관의 허위출자 유혹에 빠져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계 기관과의 외자유치를 중개해 주겠다는 브로커들이 해당 증권사 내부 정보를 획득, 이를 외국계 기관 및 경쟁사에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달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에서 출자를 제안하며 내부 실사를 요구한 적이 있다”며 “인지도 높은 외국 대형 투자은행에서의 제안이라 공식적인 MOU체결없이 요구한 내부 실사를 우선 진행했지만 일주일 정도지나 갑자기 중단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중단 사유가 뭐냐며 공식적으로 항의했지만 내부적인 문제라 밝힐 수 없다고만 해명할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국계 기관들이 빼돌린 정보는 해당 증권사의 경영현황뿐만 아니라 국내 증권시장에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정보들을 활용해 국내 증권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마련은 물론 국내 증권사들의 취약점을 분석, 시장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보통 외자유치를 추진하기 위해 내부 실사를 하는 경우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친 세부 내역까지 알아낼 수 있다”며 “시장 경쟁을 위해 정보가 중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내준다는 것은 외국계 기관에 시장을 내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기관들의 허위출자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국내 증권사들에게도 잘못은 있다. 외국 대형 기관의 출자라면 아무 조건없이 내부 중요 비밀까지 내놓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대형 기관의 인지도만 믿고 달려 들었다가는 쉽게 당할 수 밖에 없다”며 “외국계 기관의 출자 제의가 들어오면 공식라인을 통해 출자의지를 확인하고 공식적인 MOU를 체결해야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