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투자신탁회사였던 한투와 대투증권의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탄탄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투신업계 사관학교라 불리며 숱한 인재를 양성했던 양 기관은 작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에 조직 문화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잦은 조직개편과 뿌리깊은 연공서열 중시, 기존 직원과 새로운 직원간의 반목, 성과보상제의 미흡 등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외부영입 CEO와 기존 직원들과의 융합도 문제라며 이들 회사 내부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작년 공적자금 투입시 한투와 대투의 노조는 투신 업무를 잘 아는 인사가 기용돼야 한다며 외부 인사 기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인사는 “근본적으로는 MOU체결을 할 때부터 문제가 비롯되기 시작했다”며 “한투와 대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MOU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공적자금을 미리 투입하고 거기에 따라 MOU 내용을 맞췄기 때문에 경영정상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새로 취임한 CEO들도 처음엔 의욕적으로 기존 문화를 개혁하고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상당 부분 노력을 많이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신분상의 불안 부분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잦은 조직개편으로 우수 인력들을 외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언급했다. 더욱이 증권사와 투신사로 분리되면서 증권사의 경우 처음부터 경영 목표를 종합증권사로 지향, 핵심 역량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기존 투신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살리고 특화된 업무를 표방하는 증권사로 경영 목표를 설정했어야 바람직했다는 얘기다.
증권업무에 익숙하지 못한 직원들이 갑자기 증권 업무 마인드로 무장하기가 수월치 않은데다 증시 침체 등 주변 여건도 따라주지 않아 이중고를 당하고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종합증권사를 지향하기 보다는 투신업무에 특화된 전문증권사로 경영 목표를 설정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며 “비전도 붙투명한데다 언로가 사실상 막혀 있어 직원들의 불만 사항이 CEO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신사와 증권사로 분리된 가운데 양 직원들간의 알력도 발생하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급 인력들은 공적자금 투입 과정에서 대부부 빠져나가 회생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무너져 영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조직이 이렇듯 삐걱거리는 상황에서도 대안 마련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며 “현재 예보와 진행중인 MOU체결 과정에서 이 같은 현실이 반영돼 우리의 핵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 목표가 다시 설정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