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서는 경영정상화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금융기관에게 조건없이 공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수는 없다. 2730억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고도 경영이 정상화되지 못한 평화은행에 3386억원이라는 추가공적자금을 곧바로 투입한다면 여론의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은 뻔하다. 예보 관계자는 “공자금 투입 지연은 경영정상화목표 미이행에 따른 경영책임을 묻는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MOU에 충실한다면 평화은행은 인력을 추가로 줄이거나 임직원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날 수도 있는 상황. 따라서 공자금 투입지연이라는 제재방안은 오히려 평화은행의 사정을 봐주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금융환경이 급속히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리원칙에 입각한 감독정책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공자금 투입지연’이라는 제재방안은 오히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금융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로써는 평화은행이 뚜렷한 자구방안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평화은행과 우리금융은 ‘경영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방안마련에 고심중이지만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
평화은행은 현재 910명이라는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추가 인력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영진에 대한 문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원이라고 해봤자 등기임원은 황행장뿐이고 부행장급 상무도 2명밖에 남지 않았다. 임금 삭감도 여의치 않다. 평화은행의 급여수준은 지방은행의 8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3년간 명퇴직원들을 위해 남아 있는 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자구방안이라는 것은 남은 기간 동안 영업에 충실하겠다는 ‘하소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형태의 자구방안을 인정하고 공자금을 투입하게 된다면 굳이 자금 지원을 지연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평화은행은 부실자산의 이전과 카드 자회사 설립과 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기능재편에 근접한 것으로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내년 3월까지 기능재편 논의를 유보한 상태에서 자칫 조기 기능재편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튼 평화은행문제는 조속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공적자금수혈을 앞당기든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특단의 대책을 동원하든, 아무런 대책없이 현재 상황을 지속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요, 필자의 생각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