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중심 종합금융化 펀드 경영지배 형태 띨 것”
우여곡절 끝에 현대증권이 AIG가 요구해 온 신주발행가 7000원이 이사회에서 결정됨에 따라 AIG와 정부간 현대투신 외자유치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헐값매각 시비와 함께 사실상 정부가 AIG의 요구에 승복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협상주도권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한편 협상 완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우선 참여연대가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인데다 현대증권 노조도 이번 이사회 결정에 대해 경영진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 테러 사건의 영향으로 거액의 보험금 지급위기에 처한 AIG의 입장변화 가능성도 점춰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지난번 MOU체결 발표시 아직 확정되지 않은 AIG와의 협상 내용을 왜 서둘러 발표했느냐는 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업계는 이 같은 무리한 발표 배경에는 정부가 지난달 21일 IMF자금 완전 상환에 맞춰 그때까지 국내 금융권의 불안을 드리우고 있는 현대투신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성과를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이면에는 정부당국이 AIG가 신주발행가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적 협상타결을 위해 총제적인 지원을 하기로 이미 내부적인 방침을 정해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이번 협상을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해 현대증권 매각이 헐값이 될 지언정 AIG가 원하는 모든 것을 수용할 계획이 서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AIG의 외자유치가 어떤 식으로든 완결됐다는 점에서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타결을 전제로 향후 AIG가 추진할 사업 방향은 총 2조원의 자금이 출자되는 현투증권을 기존 투신상품외에 보험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종합자산관리전문회사로 육성시킬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우선 현대증권과 현대투신 현투운용 등 종합금융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영업기반이 이루어진데다 이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IG가 협상 막판에 현대증권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의 변화를 보인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해석이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리딩 투자은행 육성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과 현대증권이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악화에도 불구하고 업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미국 최대의 금융그룹인 AIG가 현대증권의 최대 주주가 되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 상승, 선진금융기법 도입을 통해 선도 증권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협상 성공시 향후 현대금융 3사의 지배구조는 굿모닝증권의 H&Q경우 처럼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서 경영하는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AIG측의 투자가 펀드자금으로 현대증권 보통주의 인수가 아닌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 인수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우선주에 대한 고율의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어 적극적인 경영권 행사를 별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굿모닝증권의 대주주인 H&Q처럼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를 자신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 경영권 행사를 가급적 자제하고 이들로 하여금 모든 경영을 책임지게 하는 구도로 진행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사장은 “이번 AIG컨소시엄의 투자가 펀드 형태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외국 펀드 투자 첫 사례인 H&Q처럼 펀드가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펀드자본주의’라는 명칭을 쓰기도 하지만 어쨌든 국내 경영 풍토가 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