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가평가제도가 지난 1일 전면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초기부터 업계의 과열경쟁은 자칫 제도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채권시가평가 의무화가 전면 시행된 가운데 채권평가사들이 평가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서로 계약 건수를 높이기 위해 수수료를 지나치게 낮게 제시하는 등 이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계약 유지를 위해 기존 계약분도 수수료를 낮춰 재계약 하는 등 업계간 신의마저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채권평가사들의 수익 악화도 불가피해 건전한 평가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초 채권평가사들이 투신사에 적정수수료로 제시한 0.5bp에 비해 0.3bp나 낮은 0.2bp선에서 수수료가 결정됨에 따라 채권평가사들은 앞으로 평가 능력에 대한 검증과 회사 생존 차원에서의 수익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시가평가 대상 채권 100조원 중 채권평가사들이 0.2bp의 수수료로 확보할 수 있는 연간 수익은 20억원이다. 게다가 채권평가사들이 부담하는 부가세를 감안 할 경우 고작 18억여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익규모로는 당분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힘든 상황이다.
만일 채권평가사들이 투신사 협상 과정에서 상호간 공조체제를 유지해 현 수수료보다 높은 수준에서 수수료가 결정됐더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시장의 규모가 커지겠지만 평가사들도 인력확충과 기업분석 능력 제고, 시스템 정비 등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초기부터 채권평가사들이 본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계약 약정에 치중해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평가사 관계자도 “투신사와 계약을 하는 와중에 경쟁이 과열돼 이 같은 결과를 빚은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 “현재 채권평가사들은 수익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본금만 우려먹고 있고 내년에도 수익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