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화려하게 출발했던 랩어카운트가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올초 랩어카운트에 사운을 걸고 대대적 캠페인을 벌였던 증권사들은 일반투자자들의 참여도가 예상외로 저조, 수탁고가 늘어나지 않아 일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FP들은 기존 약정 업무에 치중해 투자자들의 불신감만 조장하고 있다. 특히 종합자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FP들이 아직도 업무 적응도가 낮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이들의 교육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초 랩어카운트 업무를 위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산관리자들을 양산했으나 정작 중요한 FP의 사후관리와 업무 체크 기능 등은 등한시 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랩어카운트의 특성상 지속적인 교육과 금리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을 예측하고 이에 알맞은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적절히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지만 FP들이 이 같은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 전문가들은 랩 도입 초기부터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랩업무를 인가받기 위해 관련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는 등 사전에 랩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못한 것도 랩어카운트의 실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증권사 CEO들도 랩어카운트가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비즈니즈업이라는 생각보다 단순히 수탁고를 올리는 상품으로 인식해 초반부터 실적 위주의 무리한 판매를 강행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는 것. 랩이 장기형상품인데도 실제로는 MMF등 단기형 상품 위주로 컨설팅을 수행,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일임형랩까지 도입될 경우 과연 고객들의 성향에 맞는 컨설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단순히 자격증을 획득했다고 해서 랩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마치 FP 자격증만 따면 랩업무를 할 수 있다는 자가 당착에 빠져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증협의 잘못도 크다. FP 자격증 시험 제도만 만들어 놓았지 이들에 대한 사후 교육과 관리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P들이 펀드리스크분석이나 고객성향 분석보다는 자산관리업무 흉내만 내는 지금의 풍토에서는 랩어카운트의 성공적인 정착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정부에도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최근 허용된 일임형의 경우도 고수익채권30%를 의무적으로 편입케 하는 제약을 두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의 자산관리가 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랩어카운트가 도입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증권업계는 선진국형 자산관리서비스의 본격 등장으로 인해 증권사간 차별화가 이루어져 소위 말하는 업계 재편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증권사간 랩어카운트 서비스 차별화는 물론 FP스스로도 랩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는 등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은 상품개발관리라는 측면에서 증권사들이 랩에 대한 컨셉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외국랩상품을 모방하는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증권사 경영전략상 고객자산의 장기관리라는 관점에서 선진국형 리테일 비즈니스로 가기에는 현 수준은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랩어카운트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의 완화와 약정 업무 위주에서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전환, 장기적인 경영비전이라는 큰 틀에서 랩에 대한 확실한 전망을 담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일임형랩도 전면 허용해 향후 변액연금보험상품까지도 취급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산관리업무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