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비즈니스가 혼란스러운 여름을 맞고 있다. 은행권이 e비즈니스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인터넷뱅킹 고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말까지 B2B결제시스템을 포함한 기업인터넷뱅킹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게 되는 은행권은 내년부터는 지금까지의 비용투입에 대한 수익창출에 나서야 한다. 미국發 IT불황 및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회의론은 수익모델과 관련 금융권에도 동일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고객은 지난 6월말 현재 743만명으로 지난해 123만명에 비해 6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개인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기업인터넷뱅킹 및 B2B결제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현재 주택 조흥 기업은행 등이 사업자를 선정하고 시스템 구축을 진행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권은 인터넷뱅킹을 포함한 e비즈니스에 사활을 건 투자를 단행해 왔다. 지방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독자뱅킹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신기술 적용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랜잭션에 대처하기 위해 시스템 용량 증설에도 정신이 없었다. EBPP PFMS 등 새로운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유무형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
반면 올해 초부터 정신없이 달려왔던 e비즈니스 질주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투자비용 대비 효과 및 수익에 서서히 눈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은행권 e비즈니스 투자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특히 기업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되는 내년부터는 은행간 본격적인 차별화와 함께 분명한 수익모델을 제시해야 할 형편이다.
기존 업무의 인터넷화에 주력했던 은행이나 인터넷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신사업 추진에 힘써왔던 은행 모두에게 부담은 마찬가지. 이에 따라 내년을 기점으로 은행별 e비즈니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지금까지 EBPP PFMS ASP 이메일송금 등 다양한 인터넷뱅킹서비스가 선보였고 은행들은 수익성 내지는 효과에 대한 분석 과정없이 ‘따라하기 식’에 가까운 투자행태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반짝 홍보효과만 보였을 뿐 실제 효과는 거의 전무하거나 혹은 수익과는 무관한 단순서비스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은행권 e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결제서비스도 미미한 실정이다. 온라인 PG부문에서는 금융결제원과의 공동사업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며, B2B결제서비스의 경우 아직 활성화가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은행 e비즈니스 부문에서 결국 수익모델을 찾아야 할 곳은 결제서비스라는 데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동의하고 있다.
현재 결제기능을 기반으로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주택은행과 외환은행이다. 주택은행은 최초로 메일송금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 모델개발로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개인고객인 1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외환업무에 대한 전통적인 강세를 바탕으로 국제PG서비스인 MP&T를 비롯해 아이덴트러스 CA로도 가입했다. 물론 두 은행의 서비스가 수익모델로서의 타당성 검증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비즈니스 모델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은행권 e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분명한 위상정립이다. 인터넷 채널을 비용절감 및 ‘또하나의 채널’로서 인식하고 있다면 거기에 적합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괜히 다른 은행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호스팅서비스도 고려해 볼 만하다.
반면 성공여부를 떠나서 새로운 비즈니스 채널로 이해하고 있다면 은행서비스를 기반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서비스 모델 개발시에도 일단 채택한 전략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인내가 필요하다.
두 경우 모두 다른 은행들의 투자패턴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인 전략에 따라 투자 및 서비스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그동안 막대한 투자비용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창출 압력에 시달리면서 경영진의 임의적인 판단에 휘둘리기 쉬운 실무자들이 나름대로의 전략에 따라 독자적인 행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번뜩이는 재치와 함께 꾸준한 인내를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