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마이캐시존(My Cash Zone)’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국민카드 동부화재 동원증권 등의 금융기관을 비롯해 CD/ATM 전문업체인 효성과 업무제휴를 맺고 점포밖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종합금융거래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마이캐시존’ 종합금융서비스는 1단계로 은행의 출금 및 계좌이체, 증권사의 잔고조회 및 위탁계좌 출금, 보험사의 계약조회 및 약관대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우선 제공할 계획이다. 이후 5개 제휴사와 함께 연계계좌와 마일리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동마케팅도 추진할 계획이다.
‘마이캐시존’은 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향후 전자지불, 결제 및 멀티미디어 키오스크 사업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민은행측은 e비즈니스 핵심 전략 채널로 금융 자동화기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패스트푸드점, 슈퍼마켓, 편의점, 병원 등을 중심으로 300여대 가량 설치될 예정이며, 내년까지 1000여대, 향후 3년간 3000~5000여대의 자동화기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지점내에 설치되는 점포안 CD/ATM기와는 달리 점포밖 자동화기기 전략은 은행 지점이 미치지 못하는 생활밀착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는 물론 인터넷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점포밖 자동화기기 전략은 고객을 찾아가는 은행, 고객 접점개발을 위한 신영업점 전략, 점포개설 비용 절감, 운영비용 절감 등을 목표로 2~3년전부터 은행권에서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나은행 ‘매직뱅크’서비스를 시작으로 한빛은행이 ‘넷뱅크’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이 현재 약 200여대의 자동화기기를, 한빛은행이 500여대에 이르는 자동화기기를 설치했다.
다만 점포밖 자동화기기 전략의 경우 철저한 수익모델에 대한 검증과 고객성향에 대한 분석없이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실패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관계자들은 일차적으로 계정계 서비스에 충실하면서 부가서비스의 경우 유행에 대한 민감성을 감안해 설치지역과 사용고객 층에 따라 기능을 선택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설계사 송금수수료 감면이라는 확실한 내부 비용절감 요인 때문에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과 한빛은행 사례를 살펴볼 때 대당 4000만원이 넘어서는 기기 가격으로 비용대비 수익의 측면에서 심각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효성과의 배타적인 계약으로 올해 말까지 국민은행 고객만 사용 가능하며 제휴서비스를 추가하기 전까지는 단순 CD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기존 자동화기기는 사용이 불편하고 서비스 시간도 오래 걸려 일부 점주들에게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고객들은 개방된 공공장소에서 현금서비스 외 복잡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이처럼 매장내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사용빈도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어서 홍보효과 외에 수익 차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는 서비스 기관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지난해 말부터 수익모델에 대한 검증을 거친 만큼 하나 한빛은행 서비스와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입금기능을 제거해 자동화기기 가격을 5분의1 수준에도 못미치는 700만원대로 떨어뜨렸다.
비용측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VAN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 정책을 견지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휴상품과 마일리지 등을 적용할 경우 2년 이후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마이캐시존’이 일종의 금융VAN 서비스와 흡사하며 실질적인 사업주체는 금융서비스를 영유하고자 하는 효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부터 다른 시중은행의 가입이 시작될 경우 국민은행의 역할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또 하나의 금융VAN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캐시존’의 투자주체는 효성이다. 효성은 자체 금융VAN망을 구축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되는 모든 자동화기기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를 맡게 된다. 국민은행측은 마케팅과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나 한빛 주택은행 등이 나름대로 점포밖 자동화기기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사례가 없는 만큼 인프라 공유 등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수익원을 담보할 수 있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