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Citibank)이 지난 93년 특허출원한 ‘전자화폐시스템’에 대한 심사완료가 임박하면서 전자화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씨티은행 특허가 국내에서 인정돼 특허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올 하반기부터 활성화가 예상되고 있는 전자화폐 시장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허 로열티 지급에 따라 전자화폐 발급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만 한다.
씨티은행이 특허출원한 내용은 발급 사용 정산 등 전자화폐 사업을 위한 대부분의 프로세스를 포괄하고 있는 일종의 비즈니스모델에 속한다. 관계자들은 씨티은행이 등록 즉시 특허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자화폐 시장이 확대될수록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 본사가 지난 91년 미국을 시작으로 특허출원을 시작한 ‘전자화폐시스템’에 대한 국내 판결이 다가오면서 관련 업체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현재 세계 55개국에서 특허를 출원해 미국과 핀란드 스페인 등 10여개국 이상에서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93년 특허를 출원해 등록거절 및 거절불복 청구소송 등 우여곡절을 거쳐 오는 5월말 재심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특허등록 요건 및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서 인정돼 국내에서도 특허등록이 유력시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특허신청 범위는 전자화폐 사업을 위한 대부분의 프로세스를 포괄하고 있다. 예금계좌와의 연동을 통한 충전에서부터 전자화폐 발행시 회계처리 및 암호화, 대금결제 방법, 인증서 보관과 처리에 이르기까지 전자화폐 사업을 위한 모든 프로세스에 대해 비즈니스모델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의 특허출원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전자화폐 프로세스를 비즈니스모델로 규정하고 있어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미 특허등록을 끝내 국내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자화폐 사업자들은 특허등록 취소를 위한 이의제기 등 필요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외국 사례를 볼 때 특허등록이 유력시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씨티은행이 본격적으로 특허권을 행사할 경우 태동기에 있는 전자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자화폐가 가지고 있는 공공성과 씨티은행의 입장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특허권 행사가 쉽지 않겠지만 씨티은행이 마음먹기에 따라 국내 전자화폐 시장이 고사될 수도 있어 향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