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등 인프라 호환규격 마련 바람직
올해 하반기부터 전자화폐 사업자들이 본격적인 전자화폐 공급을 계획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과 표준화 작업이 혼선을 겪으면서 오히려 전자화폐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화폐와 관련된 일관된 정책 및 제도마련이 지지부진한 반면 부처 이기주의에 기초한 공약성 정책들만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자화폐 표준화와 관련 최근 산업자원부가 IC카드연구조합에 이어 ‘전자화폐표준화포럼’을 설립하면서 정보통신부와 마찰을 빚는 등 표준화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미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한국전자지불포럼을 설립한데 이어 산자부가 독자적인 표준화단체로 ‘맞불‘을 놓으면서 해묵은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
산업자원부는 지난달 18일 ‘전자화폐표준화포럼’을 설립, 다양한 전자화폐의 출현에 따른 중복투자와 호환성 문제 및 이로 인한 상용화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전자화폐의 표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자바 오픈플랫폼을 기반으로 OS를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 규격을 제시하겠다는 것. 반면 정보통신부는 한국전자지불포럼을 통해 ‘통합SAM’ 등 주로 단말기 중심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전자화폐 사업자들도 독자적인 투자에 한계가 있는 만큼 표준화를 바라고 있지만 뚜렷한 추진주체가 없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전자화폐 사업의 경우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요구하는 만큼 국가의 지원이 병행되어야만 사업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도 시당국과 부산은행 등이 주체가 돼 전자화폐 보급을 주도함으로써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례이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몇년간 정부부처에서 표준화 작업을 해왔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이 전혀 없었다며 정책발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부서가 주도하는 정책발언인 만큼 향후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전자화폐 전반의 표준화 작업은 현실성도, 실효성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K캐시와 몬덱스, 비자캐시 및 A캐시 등 전자화폐 4社가 나름대로의 규격에 따라 보안 알고리즘을 포함한 IC카드 칩 스펙 등을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표준화가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IC카드 중심의 전자화폐 전반에 대한 표준화 논의 보다는 단말기와 교통카드 솔루션 등 인프라 측면에서 호환규격을 제시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말기 및 통신 프로토콜 등 인프라 측면에서 호환규격을 제시하면 나름대로의 IC카드 규격을 가지면서도 기존 프로세스의 큰 변화없이 표준화의 의미를 살릴 수 있고 독자적인 마케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기존 정보통신부에서 추진중인 단말기 중심의 표준화 작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설립된 지 1년이 가깝도록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표준화 작업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
몬덱스코리아의 경우 내년 월드컵때까지 전자화폐 보급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며 K캐시도 온라인 지불시스템 개발과 교통카드 시장 확대로 올 하반기부터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A캐시도 교통카드 시장에서 물밑작업을 진행중이고 비자캐시의 경우 주주사들의 인프라를 중심으로 하반기부터 시장의 전면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가 전자화폐사업의 첫번째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장려정책이 더해질 경우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