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매각작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경기가 위축되면서 가계여신 부실이 증가하고 있고, 카드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각종 수수료율 인하 압력이 거세지는 등 카드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SK가 추진하던 동양카드 인수작업이 지난달 29일 최종 결렬됐다. SK는 4월부터 출자제한 한도에 걸리기 때문에 3월중 동양카드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하에 작업을 추진해 왔으나 가격에 대한 입장차가 커 협상은 결렬됐다. 동양카드가 산정한 부실채권과 SK에서 실사를 통해 산정한 부실 채권간에 갭이 너무 커 양측이 가격네고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SK가 3월중 동양카드를 인수하지 않으면 사실상 카드업 진출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로 동양카드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무리하게 카드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씨티은행과 외환카드간의 협상도 결국은 가격 차이로 결렬됐는 데 씨티은행측에서 당초 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세계적으로 투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데다 국내의 경우 가계대출 부실이 증가하는 등 카드업을 둘러싼 여건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가격을 크게 낮춰 제시한 것이 협상 결렬의 원인이 됐다.
현재 국내 카드업계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이 증가하고 있고, 비씨카드 회원은행들이 개별 마케팅에 나서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 단체등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및 현금서비스, 할부 수수료등 각종 수수료율 인하 압력을 넣고 있어 카드업을 둘러싼 장래 영업 전망은 밝지 않다. 이러한 상황들이 카드업 매각작업에 영향을 미쳐 매각작업이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박정룡 기자 jrpar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