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한투 대투 현투 등 3대 투신사의 부실로 또다시 부실채권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 회계년도 결산을 앞둔 대다수 증권사가 한투 대투에 대한 출자금을 손실로 처리하고 있으며, 현대증권의 경우는 현대투신의 출자금 수천억원을 모두 부실로 떨어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규모는 모두 3680억원 가량된다. 증시침체로 순이익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이 때문에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거나 흑자규모를 대폭 삭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 삼성 동원 등 대형증권사가 한투 대투에 대한 출자금을 모두 손실로 상각처리하고, 자산 클린화에 나선 결과 2000년 회계년도 당기순이익이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이 대투에 출자한 자금은 대투 발행주식 5억7900여만주 가운데 1.34%로 약 3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이 출자금이 대투의 경영개선과 관계없이 일단 손실처리하자는 입장. 동원 관계자는 “나중에 출자금 회수가 가능할 때면 환입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선 모든 부실요인을 떨고 새로 출발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투 출자금 중에서는 약 1%에 못미치는 500억원 정도가 증권사들의 출자금이다. 한투 출자금 역시 증권사들이 이번에 손실처리 하기로 결정했다.
대투 한투와 달리 상대적으로 현투 출자금에 대한 증권사(30개社 2.9%)의 손실처리 여부는 미정이다. AIG로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증권은 현투에 대한 출자금 약 2880억원(18.62%)을 손실로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확정될 경우 적자규모는 눈덩이로 불어난다.
적자와 상관없이 출자금 모두를 손실 처리할 경우 금융계에서 현대투신의 AIG 매각과 관련 전액 감자를 염두에 두고 손실로 떨어내는 게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한투 대투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정부가 대부분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투신은 개인 소액주주가 27%에 육박할 만큼 많은 규모여서 감자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감자여부와 상관없이 미리 클린화하자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현대증권은 앞으로 추가 손실요인이 사라져 영업이익이 곧바로 당기순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 클린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