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구조조정의 불가피성 인식에도 불구 인원감축과 조직축소에 나설 수 없는 구조적인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노사 합의문과 AIG와 맺은 양해각서 상에 명시된 구조조정 관련 약정이 서로 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증권은 AIG로의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인력감축, 구조조정 등 사전 정지작업에 나서야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원감축 및 조직축소에 나설 수 없는 현대증권의 시스템 문제가 자칫 AIG로 매각이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일고 있다.
노조와 경영진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해고할 때는 사전에 노조와 협의한 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증권사중 처음으로 채택했다. 함부로 직원을 내보낼 수 없다는 규정을 못박아 둔 것이다.
그런데 현대증권과 AIG가 맺은 양해각서(MOU)상에는 이사회 50% 구성권과 CEO선임권은 물론, 과감한 인원감축에 대한 약정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억달러 투자에 대한 ‘대가’로 AIG에 감량경영을 약속한 것.
이 때문에 AIG로 매각을 염두에 둔다면 당장 약 30% 정도의 인원감축에 나서야 하지만 임단협에 규정된 노사합의 사항 때문에 현대는 최근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했다. 임원진에 대해서는 30%의 감축을 단행했지만 직원 및 조직에 대해서는 아직 어떠한 계획이 발표되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한 직원은 “경영진이나 AIG 모두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의 감량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며 “AIG가 국내 생보사에 입질을 하면서 대량 감원을 요구했었는데 해당 회사의 반발로 수차례 인수를 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현대증권 경영진은 이로 인해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더라도 감원을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차선책을 모색해 볼 것인가에 대해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현대투신증권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대형증권사 수준의 지점 네트워크를 보유하며, 현대증권과의 중복투자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감량경영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딜레마가 해결되지 못하면 AIG와 정부가 벌이고 있는 현대 금융계열사 공동출자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투자를 원하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원하지만 현재 현대 금융계열사 상황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효과가 적을 수 있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