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증권유관기관 인사에서 사장 선임보다 이들 감사들이 더욱 조명을 받는 이유는 증권거래소 인맥이 자회사인 증권전산과 증권예탁원에 부임한 전례가 거의 10여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증권예탁원은 지난 94년 한국증권대체결제주식회사에서 증권예탁원으로 바뀌며 거래소 1인 주주체계가 103개 금융기관 주주체계로 탈바꿈하며 이때를 전후로 거의 거래소 인물이 내려오지 않았다.
증권전산 또한 77년 설립 이래 전무 및 상무급 인사가 부임한 전례는 수 차례 있으나 95년 이후부터는 전무했다. 특히 두 기관 모두 감사자리에 동시에 거래소 인물이 부임하기는 처음.
증권전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주주가 인사를 결정한 것이어서 특별히 반론은 없다”며 “증권전산은 증권거래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거래소 인물이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은 이와는 상반된다.
노조는 증권전산 사장의 정부측 인사 부임은 어느 정도 예견해온 상태. 다만 뜻밖에도 감사자리에 고완석씨가 부임한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노조는 “감사는 대주주의 입김에서 자유롭고 투명한 철학을 가진 소신있는 사람이 부임해야 옳지 않겠냐”는 의견을 보였다.
증권예탁원은 증권전산보다는 강한 톤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장선임도 정부측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졌는데 감사까지 대주주인 증권거래소 인물이 부임한데 대해 전직원 사표 제출도 불사한다는 격앙된 분위기. 증권예탁원 관계자는 “10여년전에 증권거래소 부장급 인사들이 예탁원 이사로 마음대로 부임한 이후 최근 10년 동안은 거의 없었다”며 “예탁원 직원의 근본 정서에는 거래소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갖고 있다”고 규탄했다.
증권예탁원과 증권전산의 감사에 대한 증권거래소 인물 전진 배치는 두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하나는 증권 유관기관 지주사 설립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 정부가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친청 체제를 강화해야 하는데 사장은 이미 정부의 고참관료가 부임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어, 대안으로 감사자리를 택했다는 것이다. 감사를 통해 지주사 설립을 위한 증권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쿠션치기 해석. 재경부의 고참급 인사가 증권거래소에 부임하기 위해 미리 거래소의 자리를 비워둔다는 것이다.
한편 재경부-금감원간 빅딜에 의한 증권전산과 증권예탁원의 신임사장 선임은 일단락됐다. 증권전산 사장에는 허노중 자민련 제2정책연구실장이 선임됐고, 증권예탁원 사장에는 노훈건 금융감독원 감사가 내정됐다.
다만 증권전산은 기습 주총을 열어 사장선임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예탁원은 노조의 결사반대로 회원총회를 12일로 또다시 연기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