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전략 선택에 고심하고 있다. 특정 증권사를 인수해 확장에 나설 지 아니면 현체제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지를 놓고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메릴린치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일본시장에서의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에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내증권사와도 단순 제휴만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마케팅 및 PR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본격적인 국내 증권사 인수나 네트워크 강화는 시간을 두고 입장을 정리한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관계자는 “전략논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사를 매입할 것인지를 놓고 검토를 벌인 적이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국적 기업의 특성상 홍콩과 뉴욕쪽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만큼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의 경우 얼마 전 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강하게 나돌았다. 같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장된 사실이 유포됐다”고 전제한 뒤 “대우증권을 인수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더라도 접촉하거나 본사의 승인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은 전혀 생략되며 루머가 퍼졌다”고 밝혔다.
한편 소매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진 메릴린치증권은 최근 네트워크 확장보다는 ‘유지’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소식통은 이와 관련 “메릴린치가 일본에 진출한 후 설립한 메릴린치재팬이 최근 수익성 악화와 판매 부진에 고전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만나본 현지 관계자들은 메릴린치의 한국 소매영업 강화를 거의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메릴린치증권은 지난해 중반부터 마케팅과 PR부서를 확충하고 적극적인 홍보전략만 구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하는 시기는 올해가 아닌 내년 중반 이후부터나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선 마케팅을 강화, 국내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심어주고 이후 국내 증권사의 부침이 가시화되면 본격적으로 소매영업 강화에 뛰어든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 영업중인 외국계 증권사는 UBS워버그, 메릴린치, CSFB, 모건스탠리, 쟈딘플레밍, CLSK, ING베어링, 골드만삭스, WI카 등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