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어카운트 도입으로 최상의 서비스 제공 가능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증권산업이 변혁기를 맞고 있다. 외국계의 대거 진출, 대형사와 온라인 증권사의 차별화 등 이전에 겪지 못했던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의 주류도 증권산업을 기둥으로 한 직접금융으로 옮겨지고 있다.
창간 9주년을 맞아 한국금융신문은 전환기를 맞이한 증권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기 위해 하상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 윤수영 키움닷컴증권 이사,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을 초청,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사회= 올 한해 증권산업은 증권사간 M&A와 랩어카운트의 도입 등으로 커다란 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럴때일수록 개별 증권사들의 생존전략은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고 여겨진다. 증권산업의 판도변화와 개별증권사들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 본다면.
◇하상주=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시장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고객들은 금융자산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증권사들의 체질변화가 요구된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잃어가는 실정이다. 외국계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이때가 진출하기에 적기인 셈이다. 대형증권사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윤수영= 외국계 증권사들의 진출 러시와 랩어카운트의 도입 등으로 올 한해 우리 증권업계는 커다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5개 증권사는 트레이딩하우스, 자산관리, 인베스트먼트 뱅킹(IB) 등 전방위적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중개업무와 기업금융업무 등 이미 대형증권사는 모든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랩어카운트가 도입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형사들이 경쟁적으로 발을 벗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사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대형사들의 업무영역이 더욱 넓어지면 나머지 증권사들은 앞서 언급한 업무 중 하나를 전략적으로 특화시키는 선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우재룡= 금융기관의 영업형태나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고객 서비스강화 측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상의 금융정보가 풍부해지고 투자자들이 금융자산을 어느 정도 축적한 상황에서 이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까다로운 선택을 할 것이다. 은행 보험사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들 중 증권사는 랩어카운트가 도입되면서 정부정책이나 상품측면에서 여타 금융기관보다 가장 우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회전율만 높이는 단기매매패턴은 점차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것이고 장기적으로 라이프 디자인을 해줄 수 있는 증권사가 살아 남게 될 것이다.
▶사회= 올 한해는 M&A가 증권업계의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M&A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뚜렷한 진척은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상주= 현재 증권사 수익은 80%이상이 매매중개 수수료 수입에서 비롯된다. 외국사들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메릴린치 살로먼스미스바니 등은 국내 소매영업 부문에 진출할 욕심을 가지고 여러 증권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증권산업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문제,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전통적인 M&A방식으로 진출하기는 힘들 것이다.
◇윤수영= 과거엔 중소형사들도 중개 수수료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증권사들이 생겨나면서 기존 중소형사들의 수익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진입을 원하는 증권사와 퇴출을 원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즉 M&A에 대한 분위기는 성숙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수의사를 가진측과 매도를 원하는 증권사간에 가격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다른 것 같다. 팔고자 하는 쪽은 순자산가치 기준에서 가격을 산정하고 사고자 하는 쪽은 장래의 수익가치에서 가격을 따져보기 때문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증권사들의 수익원 다각화와 업무영역 확대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가. 또한 이러한 방안 중 랩어카운트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우재룡= 외형적 측면에 치중하는 영업형태(브로커리지 업무)는 투자자들의 노후생활을 대비해 줄 수 없다.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투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투자로 패턴이 바뀌게 될 것이다. 소매영업 부서의 직원들도 이런 흐름을 깨우치고 자산관리 노하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증권사는 궁극적으로 종합자산관리 업무에 치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수영= 우 사장님의 의견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은 중개수수료 수익에 치중하고 있다. 이 부문에서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이 분야를 남보다 잘할 수 있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이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겠는가. 남보다 더 경쟁력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부문이 있으면 그 쪽에 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상주= 증권사 입장에서는 랩어카운트가 활성화되어야 할지 말야야 할지 고민이 많다. 온라인 트레이딩 보급 초기에 증권사들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 수익에 의존하는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를 급속도로 악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매매회전율이 높아지면서 박리다매를 통해 예상만큼 수익이 악화되지는 않았다. 랩어카운트 상품은 회전율의 감소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평균 11~12회의 회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랩상품의 수익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고객들도 이미 단기성 투자에 익숙해져 있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가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이는 2~3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내 증권산업이 종합자산관리 쪽으로 전환되는 것은 향후 2~3년이 지나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종합자산관리업무가 증권사들이 나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업무에서의 성공전략으로는 어떤 것이 있겠는가.
◇우재룡= 자산관리업무의 성공은 주가의 장기적인 성장이 전제되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금융자산이 축적돼야 하고 증권사는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랩어카운트는 재무설계, 투자설계 쪽에만 치중한 서비스다. 이는 고객들에게 상당한 불만족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형 고객들을 잡기위해 토탈 컨설팅 쪽으로 빨리 전환하는 증권사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즉 부동산 세무상담 보장보험 등으로 서비스의 범위를 누가 먼저 넓히느냐에 따라 성공하는 증권사, 실패하는 증권사로 구분될 것이다.
◇하상주= 앞서 언급했지만 투자자들의 행태는 쉽게 바뀌기가 어렵다. 또한 창구 영업직원들도 고객의 입장에서 자산관리 자문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매매회전을 높이면서 성과급을 높게 받던 구태에서 벗어나 투자자의 시각에서 자산관리에 임할 수 있어야 고객들의 신뢰가 쌓일 것이다. 고객의 신뢰회복과 영업직원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랩어카운트가 활성화될 수 있다.
◇윤수영= 단순히 수익증권에 대한 수요가 자산관리쪽으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은행 보험 부동산 사채 등 여타 자산을 증권산업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금리 0.1% 변동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어떤 경우의 투자도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고객들 중 자산관리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층은 넓다고 본다. 증권사는 이런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수익증권 및 공사채 편입을 통해 안정적 수익과 파생상품을 통한 수익 극대화 방향 등 상품 다양화를 추구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 28개 증권사가 가입의사를 밝힌 한국 ECN증권㈜이 7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CN 도입이 국내 증권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윤수영= 올해는 종가매매만 허용되므로 증권사 수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일부대주주와 작전세력들이 통정매매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접속매매가 허용돼 가격변동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나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한국의 야간시장은 미국, 유럽의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낮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크로스 보더 트레이딩(Cross Border Trading)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거래소 협회 ECN이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증권사들이 이들에게 지불하는 수수료가 낮아지면 수익성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상주= ECN 거래소 코스닥 시장이 총체적으로 거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가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ECN을 통한 거래가 1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래수수료 위주의 수입원을 다각화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선물시장에도 ECN이 설립된다면 선물거래소와 증권사들간의 의견대립이 있는 상태에서는 의외로 선물 ECN이 활성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