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는 랩어카운트 서비스로 증권사의 투자자문업 겸영이 허용되면서 고객의 50%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신사는 하반기에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허용될 경우 자산배분·자산운용 등의 고유영역을 증권사에 내줘 고객의 70%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6일 증권 및 투신업계에 따르면 60여개의 증권사, 40여개의 투신사 등 100여개의 유가증권 운용 기관이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랩어카운트를 기폭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투신운용사는 이 때문에 자문형 랩어카운트 서비스가 개시되기 전인 2월 초 판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은 노로드(No Load) 펀드를 증권사가 취급하지 못하도록 정부에 강한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노로드 펀드는 증권사 자체의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펀드가 선택되므로 대형 투신사의 수탁고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기존에 ‘상생’ 관계였던 투신사와 증권사가 ‘경쟁’ 관계로 전환되는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허용될 경우 증권사는 고객의 자산운용까지 자체 인력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며 “투신사의 업무영역은 갈수록 희미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신사 뿐 아니라 투자자문사들에게도 랩어카운트 불똥이 튀고 있다.
투자자문사들은 채권전문증권사 인수, 프라이빗뱅킹(Private Banking) 업무와 비슷한 VIP 고객 전담 투자자문 등 틈새시장 공략으로 진로를 수정해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증권사가 브로커리지 영업에서 종합자산관리 영업으로 회사의 체질을 변화시켜 가고 있기 때문.
이미 창투사 및 사채업자들과 손잡고 채권전문증권사(최소 설립 자본금 20억원)를 설립하기 위해 감독당국에 이에 대한 문의를 하는 투자자문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큰 손들만 상대하는 투자자문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명동, 강남에 난립해 있는 투자자문사들은 10억원~100억원의 큰손을 잡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문사와 투신사의 활동 영역이 줄어들면서 증권사의 ‘대장’ 역할은 더욱 확대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은행권의 증권사 인수, 투신사의 증권사 전환, 종금사의 증권사로의 편입 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