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가 지난 30일 ‘합병추진 합의서’를 발표한 가운데 전산통합을 주도하게 될 컨설팅펌 선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합병추진 합의서’에는 전산통합의 전체적인 일정만 제시됐을 뿐 컨설팅펌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IT통합을 위한 컨설팅펌으로 한국IBM을 주택은행에 제안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전산통합 컨설팅펌 선정을 위한 물밑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합추위는 삼일과 안진, 아더앤더슨 등 전체적인 합병실무를 주관할 회계법인과 컨설팅펌, 법무법인은 선정했지만 전산통합 관련 컨설팅펌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합추위는 통합CEO 선임 등을 고려해 늦어도 3월말까지는 전산통합 컨설팅펌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전산통합 컨설팅업체로 한국IBM을 주택은행에 제안했다.
두 은행 모두가 IBM 메인프레임 환경을 채택하고 있어 두 은행 사정에 모두 밝기 때문. 이에 대해 주택은행측은 아직 국민은행에 공식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IBM은 전산통합 컨설팅업체로 적당하지 않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주택은행측은 두 은행이 모두 IBM 호스트를 채택하고 있긴 하지만 IBM이 국민은행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고, 특히 국민은행이 현재 IBM과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하는 전산통합 컨설팅펌으로는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주택은행측은 전산통합 컨설팅펌의 자격요건으로 국민-주택은행과 관련이 있는 업체는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과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거나 이미 여타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업체보다는 국내 은행권에 고객 사이트가 없는 해외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주택은행 간 전산통합 작업은 컨설팅펌 선정과 함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BM을 제안하고 있는 국민은행과 해외 전문기관을 주장하는 주택은행과의 견해차가 어떻게 좁혀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합추위에 따르면 이와는 별도로 7월 합병법인의 탄생전까지 단계적으로 전산통합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자동화기기 공동이용과 송금수수료 면제 등 15개의 단기IT과제를 공동추진하게 되고, 합병시점까지 지점 공동이용이 가능하도록 싱글이미지 구현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싱글이미지는 창구단말 공유를 가능하도록 해 국민-주택은행 지점을 하나의 은행처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컨설팅펌 선정과 컨설팅 기간, 단기 공동과제 등을 고려할 때 실제적인 전산통합 작업은 합병법인 설립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전산통합 컨설팅에서부터 의견차이가 발생할 경우 전산통합 일정은 상당기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