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와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토털 아웃소싱을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자금 및 정보와 관련된 핵심업무에 대해서는 계속 주도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시스템 개발과 함께 60여명까지 줄어든 IT인력도 50%이상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토털 아웃소싱을 배제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아직 국내 SI업체의 금융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 SI업체 가운데 금융업무에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진 삼성SDS조차 산업은행의 업무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측은 다양한 기업금융 업무를 다루어야 하는 특성상 일반 IT업체가 전문성을 가지기에는 처음부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S와의 조직관리 문화의 차이도 갈등으로 작용했으며, 인력의 잦은 교체도 업무의 지속성을 떨어뜨렸다. 前이근영총재와는 달리 現엄낙용총재를 비롯해 서송자본부장 등 의사결정 그룹도 토털 아웃소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업은행이 삼성SDS와 완전히 인연을 끊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SDS가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노하우를 대부분 가지고 있는데다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그나마 부족하던 IT인력이 대폭 줄어 산업은행 직원만으로는 시스템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구체적인 범위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개발 및 유지관리 업무를 아웃소싱하되 자금, 정보 등과 관련된 핵심영역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이 주도권을 가지고 운영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이를 위해 기존 60여명 수준의 인력을 차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인 100여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차세대시스템의 현업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2월 한달동안 시범가동을 거친 후 3월초쯤이면 차세대시스템이 정식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SDS와의 재계약 범위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토털 아웃소싱은 아직 요원한 현실로 입증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삼성SDS의 업무수행 능력과 차세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SI업체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토털 아웃소싱 논의가 IMF 구제금융 이후 외부요구로 대두된 만큼 아웃소싱 수행업체의 업무노하우가 축적되고 금융기관과의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토털 아웃소싱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