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문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단일시스템으로의 흡수통합이 필수적이라는데 두 은행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중복시스템의 사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IBM과 EDS 등의 업체들도 전산통합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합병비율과 존속법인, 통합은행명과 은행장 등 합병을 위한 기본적인 사안들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전산부문의 경우 합병과 관련된 어떤 지침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추진여부에 대해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한국IBM과 함께 차세대 프로젝트 및 CRM을 동시에 진행중이다. 차세대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 과정의 70% 이상을 넘어섰으며 CRM은 30%정도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투자규모는 460억원에 이른다. 국민은행측은 본격적인 전산통합 일정이 시간을 요하는 만큼 올해에는 일정대로 IT투자를 집행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주택은행도 차세대 프로젝트와 DW/CRM을 동시에 구축중이다. DW와 CRM의 경우 올해 7월을 목표로 구축작업을 진행중이고 차세대시스템의 경우 파일럿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본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상태다. 프로젝트 규모는 아직 정확한 비용이 산출되지는 않았지만 최소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주택 두 은행은 합병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만큼 기존 투자계획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반면 실제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는 많은 혼선을 빚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추진과정에서 전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주택은행 외환시스템 등 실제로 유보되는 프로젝트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CRM과 차세대시스템 등 전산통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핵심 부문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업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의 추진을 기다리던 업체는 물론 기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던 업체들도 중단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 IBM의 경우 두 은행 프로젝트 모두에 참여하고 있어 어느 은행의 시스템이 선택되든 기존 프로젝트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관계자들은 어차피 합병이 대세라면 전산부문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통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합병조건과 관계없이 IT부문만을 대상으로 우선적인 조율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향후 10년간 IT인프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차세대 프로젝트와 CRM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규모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 협력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