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같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진출에 대해 국내 투신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99년에 터진 대우그룹의 부도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대표 투신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 외국사와 한판 대결을 펼칠만한 투신사가 부재하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외국사 진출 어디까지 왔나
이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을 초래, 99년 7월말 총 250조원에 육박했던 수탁고가 지난해 말에는 100조원이 빠진 150조원으로 급감했고 이는 자연히 외국계 투신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런 기회를 틈타 이미 외국계 투신사들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최근에는 합작보다는 단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국내 투신사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외국계 투신사의 진출에 대해 국내 투신사들은 경영전략상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운용과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도 단기적인 상품만을 원하고 투신사들도 마찬가지로 특화되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상품의 설계보다는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고수익 단기 상품만을 남발하고 있어 무리한 수탁고 증대로 인한 부실 운용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외국사의 국내 진출이 시간이 가면서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투신사를 비롯해 자산운용사와의 합작도 강화하고 있는 외국사들은 일단 국내사와의 합작을 통해 장기적으론 단독 설립을 꿈꾸면서 시장 교두보 확보와 국내 시장 탐색에 돌입하고 있다. 이미 템플턴투신운용은 그동안 합작선이던 굿모닝증권과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미국 템플턴 본사의 100%지분 참여로 단독 투신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또 99년 5월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49%의 지분으로 외자유치 계약을 맺었던 외환투신과 프랑스 국립은행과 합작선을 맺은 동원BNP투신운용 등 외국사와 합작을 통해 경영을 하고 있는 투신사가 9개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템플턴 투신이 단독으로 진출했고 새해에는 슈로더투신도 독자 설립을 위한 인가 신청을 함에 따라 외국계 투신사 단독 진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투신 관행을 일정정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같은 외국 합작 투신사의 총수탁고는 20조원이 넘어 시장 점유율이 14.31%를 차지할 정도로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 국내 투신사 대응전략 아쉬워
국내 투신사의 고질적인 문제는 투신사간 차별화 외에도 타금융권이나 외국금융기관과의 합작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점이다. 단지 증권자회사로서 투신사를 포지셔닝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보험사나 은행과의 유기적인 결합 관계에 대해 소극적이며 직접 판매나 사이버 판매와 같은 판매 방법의 개선에도 소극적이다.
또 고객만족을 위한 경영이 미흡해 거래 고객들의 불신을 받고 있고 상품 구성, 판매방법의 낙후, 판매 이후의 관리 미흡 등 많은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대표적 브랜드상품 만들자
아울러 아직도 재무상태가 불량한 상태에 놓여 있는 투신사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일부 회사들은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시에 펀드에서 차입한 연계콜 역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그룹 사태로 투신사중 일부 회사는 채권에 대한 손실 보전 과정에서 재무상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경영 정상화와 재무 안정성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닌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나 투신사들의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대한 출자, 현대투신의 증자 등 각종 조치를 통해 조속한 시일내에 부실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투신 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아울러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펀드의 투명성을 이루기 위한 선진금융기법과 개념들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덱스, 벤치마크 등 선진 외국 운용사들이 중시하는 측면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이를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투신시장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펀드 수가 많은 현실을 개선, 펀드수를 줄이고 이를 장기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즉 소수의 대표적인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장기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운용방식도 바꿔 내부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펀드의 투명성, 벤치마크 수익률,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한 설비투자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먼저 겪은 일본사례를 참고로
외국사들의 진출에 따라 대형 투신사와 소형 투신사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이 소수 투신사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일본 투신산업은 우리 나라와 유사하게 발전돼 왔고 많은 부분에서 서로 공유돼 있어 국내의 현실과 부합되는 측면이 많다.
일본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투신사 수탁고가 89년 58조 6000억엔의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식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이에 따라 순자산 잔고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또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와 심각한 신용위축으로 인해 일부 금융기관과 증권사가 파산했고 이러한 모기업의 붕괴로 모기업의 판매에 의존해오던 투신사들의 순자산 감소가 야기, 결국 전체 투신 수탁고 감소를 초래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금융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 운용과 이익 분배에 대한 규제 완화, 투자신탁 설명서와 재무보고서의 내용 개선 펀드 성과 공시 시스템의 개선과 민간 평가기관의 설립을 준비하는 등 개혁 작업을 본격 실시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전체 투신 수탁고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대할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