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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은행 구조조정의 험로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01-01 20:02

합병과 지주회사제 도입...‘합종연횡’ 예고

은행수 대폭 줄어 새해엔 7~9개로 정리될 가능성도

2001년 은행권 구조조정은 지주회사 설립과 합병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지주회사 설립을 이미 계획하고 있는 은행에는 신한 하나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있고, 정부 주도의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도 곧 설립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까지 은행간 합병을 직접 지휘했다면 올해부터는 은행간 자율적 합병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이 정착되어야만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전망이다. 지금처럼 시끄러워서는 다른 은행들이 합병을 하겠다고 나설 리 없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수는 대폭 줄어 국책은행과 해외매각을 진행중인 서울은행등을 제외하면 7~9개로 정리될 전망이다. 우선 한빛 평화 광주 경남은행이 한 개의 지주회사로 묶이게 된다. 신한은행이 제주은행을 흡수, 지주회사로 탈바꿈한다. 국민 주택은행이 하나의 초대형 은행으로 탄생한다. 한미 하나은행도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합병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 예측 가능한 통합구도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코메르츠가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 편입을 반대해 독자 행보를 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짝짓기가 이같이 가속화된다면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경림행장은 이미 “2001년 경영정상화 후에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흥은행도 지난해 독자생존의 기틀을 확고히 하고 올해부터 지주회사 설립 및 우위에 선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의 경우 설립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지방은행들과 합병한 전례가 있어 다른 은행보다도 지방은행과의 통합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통합 구도를 종합해 보면 은행권은 정부주도 지주회사 그룹 및 국민-주택 합병은행 등 초대형 은행 2개, 신한-제주 합병은행, 한미-하나 합병 은행(각각 다른 은행과 합병할 수도 있다), 조흥과 다른 1개 이상의 지방은행등과의 통합, 외환은행과 다른 은행과의 합병 또는 정부 주도 지주회사로의 편입, 대구 부산 전북은행등 총 7~9개의 은행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은행들은 새해에도 부실채권 정리 등 자산건전성 제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금융시장에서의 제 기능을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구상하듯 초대형 리딩뱅크 2개, 니치마켓 은행 3~4개, 지방은행 2개 정도로 은행수가 재편되는 것과 함께 자산건전성이 크게 제고돼야만 은행구조조정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이같이 숫적으로나 자산건전성 면에서 구조조정을 완료하면 새해에는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조금씩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제고된 자산건전성과 특화된 목표 시장을 근거로 영업을 하게 되면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우량기업에 대한 자금 공여를 확대할 것이고 BIS 비율과 자산건전성이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고위험 고수익 마켓을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은행들의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면 다소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해의 은행 구조조정은 IMF 3년차를 맞이해 정부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은행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면서 우왕좌왕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또한 경기침체 조짐이 현실화되고 11.3 기업퇴출 등의 영향으로 은행들의 생사가 수시로 바뀌기도 했다.

일례로 경남은행의 경우 지난해 4월 부산은행과 함께 경영개선권고 해제 조치를 받고 8월말 경영개선계획 제출 6개 은행(조흥 외환 한빛 평과 광주 제주은행)에서 제외되기도 했으나 11.3 기업퇴출의 영향으로 공적자금을 요청, 또 다시 경영개선권고를 받고 결국 정부주도 지주회사 그룹에 편입됐다.

정부가 우량은행간 합병을 강력히 밀어붙이면서 각종 합병설이 시장을 뒤덮었고 결국 가장 시너지가 뒤떨어지는 조합으로 여겨지는 국민-주택은행 합병이 연말을 앞두고 결정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위원장등 고위당국자가 ‘합병설’을 직접 유포, 해당 은행들을 압박해 무리를 빚었으며 은행 노조들의 강한 반발을 사 국민 주택은행 파업사태까지 초래했다.



▷ 약화되는 정부 구조조정 입김



정부는 한미은행의 경우 칼라일 컨소시엄으로부터 4800억원정도의 자본 유치를 허용해주면서 합병등의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받기도 했으나 칼라일측이 증자참여 후 합병에 관해 원칙적인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타격을 입기도 했다.

칼라일그룹은 합병을 하기 위해서는 한미 하나은행에 동일한 기준으로 정밀 실사를 해야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고,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당연한 입장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으나 은행간 합병을 조속히 끝내려는 정부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부가 힘이 없고 무원칙해지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지난해 은행구조조정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98년~99년에 걸쳐 10개의 부실 은행을 P&A 방식으로 정리할 때와 다르게 노조 등의 반대가 예상 밖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정부가 무리하게 은행 숫자를 줄이려 한다며 반대했고 결국은 7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파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두번의 파업은 목적과 내용이 상이하게 달랐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 구조조정에 대해 당사자들이 따를 수 없다는 주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7월 은행 파업의 결과로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 편입 은행들의 목숨이 연장됐고 이에 대한 시장에서의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정부는 국민 주택은행 합병을 밀어붙여 일단락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서도 두 은행 직원들의 반대가 상당해 파업사태까지 겪었지만 정부와 두 은행 대주주들이 합병을 찬성하고 있어 합병 절차를 구체적으로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가 지난해 10월 경영개선계획제출 6개 은행중 조흥 외환은행에 대해 독자생존을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각이 없지않아 앞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은행 구조조정을 챙기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000년 정부가 무원칙하게 은행 구조조정을 이끌어 왔다는 것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감자조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이헌재재경부장관 시절까지만 해도 “감자는 없다”고 시장에 약속했다가 12월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앞두고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과다한 자기자본과 발행주식수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감자를 전격 결정했다.



▷ 세계경제 침체 불똥 우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의 원성이 고조되자 공적자금 투입 은행들의 소액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으나 정부가 무원칙하게 은행 구조조정을 이끌면서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지난 7월 은행노조에 대해 정부 주도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들의 간판과 법적인 정체성을 인정해준다고 약속한데 이어 12월에는 이들 은행에 대한 기능별 재편 및 구조조정을 2002년 상반기까지 유예해 줌으로써 구조조정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2000년 은행구조조정의 결과를 가지고 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게 되는 올해부터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시장에 넘겨주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언급한 대로 은행수를 7~9개로 줄이는 것에 주력하며 ‘시장’의 권한을 자주 빌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경제 및 세계경제의 침체 조짐이 구체화되고 있어 올해 은행구조조정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경제가 지난 10년간의 고성장을 끝내고 경착륙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난무하고 있다. 또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기업여신등의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 이같은 불길한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이외 다른 나라 경제도 뚜렷한 성장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이 좋지 않은 해외 경기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은행 구조조정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은행들은 IMF 위기 이후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단기 외채를 끌어들였다. 게다가 신용등급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고금리였다.

2000년 들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기존의 고금리 외채를 저금리 외채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많았지만 미국 및 세계경제가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같은 작업이 원할하게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에 외화를 빌려준 미국 유럽 등 대형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상환을 요구할 경우 국내 은행들의 BIS비율 및 수익성이 급락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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