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이에 따라 외화평가손익에 대한 이연계상이 가능하도록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계당국과 한국회계연구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당해연도에 손해 본 돈은 그때 반영하는 게 회계처리의 원칙이라는 지적이다.
28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거액의 외화평가손으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금융기관들이 기업여신에 대한 건전성을 하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아울러 금융기관들 마저 연쇄 부실화될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총 외화부채는 13억달러 수준. 연초에 비해 달러당 110원이 올라 지금까지 1430억원의 외화부채 환산손익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환율에 민감한 기업의 부담이 연일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 한진해운 등 환율에 민감한 기업의 외화부채 부담은 1년새 총 수조원을 넘어 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업의 외화부채가 증가하면 은행들은 해당 기업의 여신건전성에 대한 재조정에 착수한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외화부채 증가는 외화대출의 증가로 볼 수 있어 건전성 재분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면 당 회계연도에 전액 손익처리토록 하는 기업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처럼 환율이 급등하던 98년말 기업의 외화부채는 부채상환 만료일까지 이연계상이 가능했는데 이 제도를 일시적으로 재도입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계기준 제개정권을 갖고 있는 한국회계연구원과 금감원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손실이 늘어났다고 해서 손실처리를 늦춰주는 것은 현재의 회계현황을 바로 바로 제시해주는 회계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나중에 환율이 다시 내릴 때 이같은 손실은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