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의 ECN 도입 발표가 있은지 채 한달도 안돼 10여개가 넘는 증권 유관 업체와 IT업체들이 시장진입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지만 극히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경쟁력있는 사업계획과 기술력없이 새로운 시장선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삼성 현대증권 등 7개 대형사들이 구성한 ECN컨소시엄과 중소형사들이 모여 준비중인 컨소시엄이 담합형태의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ECN 도입 취지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증권 및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ECN설립이 경쟁적이고 무의미한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당국이 ECN에 대해 확실한 효율성 검토없이 몇 가지 단순한 제도적 조건으로 도입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당국은 ECN도입 발표 후에도 업계의 민감한 반응과는 달리 별다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질서만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은 ECN과 관련해 직접적인 시장참여자인 증권사들과 단 한번의 공청회도 없이 도입을 결정했다”며 “현 상황에서 ECN설립의 의미는 국내 증시시장의 형태를 단순히 선진화한다는 것만 강조할 뿐 시장성과 효율성은 없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ECN도입을 위해 제시한 몇 가지 제도적 조건도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단순 종가기준의 주식거래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가격발견 기능이 없는 ECN으로 도입 취지인 주식거래 수요를 뒷받침하고 유동성을 조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미국의 경우 ECN을 도입하면서 가장 먼저 강조했던 것이 바로 가격발견 기능을 통한 유동성 강화였다는 것을 살펴보면 국내 종가기준의 ECN도입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반면 ECN이 도입도 되기 전에 혼탁 양상을 보이는 것은 관련업계의 민감한 반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증권사 및 관련업체들도 ECN의 시장성과 효율성은 생각치 않고 단지 시장선점을 통한 이점만을 위해 경쟁적으로 ECN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실례로 최근 증권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대-중소형 증권사간 ECN 대립구도는 이같은 혼탁한 양상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대-중소형사간 대립이 향후 ECN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ECN이 도입되면 시장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은 바로 증권사”라며 “증권사들이 대-중소형사 2파전으로 나뉘게 되면 그 만큼 ECN의 시장 기능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당국은 시장질서를 위해서라도 조속한 시일내에 체계적인 ECN 제도를 마련하고 증권사 및 관련업체들은 당국의 ECN 정책에 따라 효율성과 시장성을 세밀히 검토해 이에 맞는 준비작업을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