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IT본부장 김병윤 이사는 조그만 사이버증권사로 시작해 현재 증권업계 시장점유율에서 7~8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닷컴열풍에 편승해 특화된 전략으로 승부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특히 사이버증권사의 키워드인 빠른 거래속도와 정보제공, 개인거래의 활성화 등과 같은 성공조건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초기 미래에셋증권이 사이버증권사로 영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변 증권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일부 대형증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사이버트레이딩 점유율이 시장진입의 장벽으로 막아서고 있었고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도 시작돼 사이버거래로만 증권사를 유지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로 비쳐졌다.
반면 시스템 안정성과 빠른 거래속도를 자랑하며 영업을 시작한 미래에셋은 영업 1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0%을 차지했으며 영업 3개월이 채 안돼 시장점유율 2.0%로 업계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닷컴열풍에 편승해 성공한 것은 미래에셋만이 아니다. 세종증권 등 사이버거래 약정이 전체 80%이상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사이버트레이딩 위주의 전략이 업계 수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사이버증권사로 변신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시설투자로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세종증권의 경우 최근에는 시장변화에 가장 잘 적응해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사이버 금융사의 성공은 국내 인터넷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올 상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초고속인터넷 열풍은 정부주도사업으로 지정되면서 개인의 인터넷 사용율을 대폭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인터넷을 활용한 금융거래가 더욱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사이버 금융사는 일반 금융사에 비해 몸집이 가벼운 덕에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계속 나타나고 있는 신기술 도입에도 한결 수월하다. 특히 개인 고객의 금융거래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효율성으로 인해 고객수요를 쉽게 넓힐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기관들의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온라인화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권의 닷컴열풍은 기존 오프라인 영업에 치중했던 금융기관들의 새로운 변화를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증권사와 같은 특화된 전략으로 인해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증권업계의 경우 어떤 금융기관보다 신속한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병윤 이사는 “증권사의 경우 앞으로 브로커리지 콜센터 업무에 대한 사이버화는 점점 고도화 될 것이며 고객 자산관리에 한정된 지점업무만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의 닷컴열풍은 앞으로 다가올 종합금융시대로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얼마나 신속하게 닷컴변화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금융기관의 존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