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미래에셋을 필두로 화려하게 출발했던 자산운용사들은 증시 폭락과 정부의 차별적인 정책으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모두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현재 12개 전업사가 업무를 영위하고 있지만 뮤추얼펀드 만기 연장의 어려움과 수익률 하락으로 더 이상의 신규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자산운용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자산운용사들이 투신시장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98년 미래에셋이 최초로 발매한 후 시장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뮤추얼펀드 시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성장 산업으로 간주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폐쇄형 뮤추얼펀드의 속성상 계속되는 증시 침체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일례로 지난 3월 6조4000억원에 이르렀던 뮤추얼펀드 잔고는 9월말 현재 3조3000억원대로 급격 감소했으며 이런 추세는 내년 1월까지 이어져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자칫 뮤추얼펀드 시장이 사라질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장 선도자인 미래에셋이 위축된 영업활동을 타개하기 위해 투신운용사를 별도로 설립하면서 뮤추얼펀드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증권투자회사법이 개정돼 준개방형 뮤추얼펀드가 발매될 제도적 토대는 마련됐지만 몇몇 자산운용사를 제외하곤 판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뮤추얼펀드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뮤추얼펀드는 태생적으로 제도적 모순의 굴레를 쓰고 있다.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간주되는 뮤추얼펀드는 펀드 가입이 출자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입에 제약이 많다.
펀드 모집 방식에서도 연기금 등 일반 기관투자가의 경우는 대부분 단독 펀드를 요구하지만 뮤추얼펀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뮤추얼펀드는 기본적으로 공모방식이기 때문에 단독펀드에 응하기 어려우며 뮤추얼펀드가 사모방식인 경우에는 뮤추얼펀드 각 회계연도 배당금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사모방식을 취하게 되면 투자자가 이중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뮤추얼펀드는 세법상 영리법인이므로 펀드 이익금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공모방식의 뮤추얼펀드는 세법의 규정에 의해 이익금의 배당이 손비로 인정돼 투자자에게 이익금 전액을 배당금으로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뮤추얼펀드는 펀드 이익금중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이익에 대해 배당을 하고 그 배당금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를 부담해야만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기본적으로 뮤추얼펀드는 펀드를 등기소에 설립 등기를 해야 하는 등 부대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설립 자본금이 4억원으로 펀드를 설립할때마다 4억원이 소요되며 자본금의 1.44%가 등록세(1.2%), 교육세(0.24%)등으로 부과된다.
이외에 법무사 보수, 첨가소화채권의 매입비용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수익증권에 비해 현저히 열세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상품부문에서도 뮤추얼펀드는 펀드 설립 후 금감위에 등록 신청을 하고 난 후 모집을 하게 돼 있고 모집이 끝난 후에야 펀드 운용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발매에서 모집 완료까지는 1개월이 걸려 적시에 상품을 출시하기가 곤란하다.
이에 비해 수익증권은 표준약관에 의할 경우 즉시 상품을 발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다른 금융상품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비교우위 상품을 구비할 수 있으나 뮤추얼펀드는 제도적 법적 제한으로 이같은 상품의 발매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여기에 환매 제한, 만기시 청산 절차에 따른 원리금 지급 등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데 있어서도 경쟁상품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과 증시침체의 영향으로 뮤추얼펀드는 지난 7월 1205억원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더 이상 신규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 환매 후 재유치 비율에서도 4월 12.32% 5월 18.7% 6월 57% 7월9.61%가 재유치되었으나 8~9월은 재유치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자산운용사 수탁고가 1000억원을 밑돌고 있어 수익기반이 매우 취약한 데다 새상품인 준개방형의 판매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일한 성격의 상품인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는 투신사와 자산운용사와의 정책적 차별로 자산운용업계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정부의 자산운용 관련 정책이 투신사의 정상화 및 지원에만 집중되고 대체성이 있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상대적인 배려가 미흡해 뮤추얼펀드 제도가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ktit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