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해외 매각의 경우 산은은 당초 계획대로 포드사가 70억달러에 인수했더라면 1조3500억원의 총여신과 35% 수준의 기존 충당금 적립을 감안할 때 연말 결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포드사가 인수를 포기, 40억~50억달러 수준에서 매각이 된다면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게 되는 등 부담이 만만찮다.
여기에다 대우차 재매각 작업 창구가 산은으로 단일화돼 업무 부담이 만만찮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일례로 엄낙용총재가 아주 원칙적인 의미에서 발언한 ‘대우차 분할 매각 가능’도 대우차 매각 정책에 큰 변화와 혼란이 있는 것처럼 언론에 비춰지기도 했다. 엄총재는 이에 대해 “매각 정책에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면 매입자가 배짱을 튕기는 등 매각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산은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보유중인 포철과 한중 주식을 헐값에 매각할 수 밖에 없어 힘이 쭉 빠진 상태다. 포철 주식은 9월말~10월초 DR발행을 목표로 산은 실무자들이 미국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최근의 국내 주가 ‘대폭락’으로 상반기 DR발행을 추진했을 때보다도 더 나쁜 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산은은 보유한 포철 주식의 주당 장부가가 낮아 7~8만원에 DR이 발생돼도 장부상 손실은 없더라도 그동안 보유하면서 관리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손실이 크다는 불만이다.
21일부터 일반인 공모에 들어간 한중 주식 24%의 경우 한전과 함께 산은은 지분율(43.8%) 비율대로 1000여만주를 내놓았다. 연말까지 전략적 제휴에 의한 매각 25%, 국내 지배주주단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 26% 등의 과정을 거치면 산은은 한중 주식 4560만주를 전량 매각하게 된다.
현재 일반인 공모가 5000원에 추진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전략적 제휴나 경쟁입찰 매각의 경우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산은은 한중 민영화로 5400억원의 매각 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산은은 당초 목표한 연말 당기순익 3000억원 달성은 고사하고 거액의 적자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처럼 산은이 대우차 매각의 총대를 메고 또 공기업 민영화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면서 그동안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변화의 몸부림도 김이 빠졌다는 탄식이 나고 있다. 지주회사가 설립돼도 당장은 ‘먹을 것 없는 잔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국회가 공전돼 지주회사법 제정이 늦어져 올해 중으로는 지주회사 설립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산은은 현재 사면초가 상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