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의 전자금융 관련 부서 직원들은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스카우트 제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많은 IT업체들이 수익모델 창출의 일환으로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은행 직원들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년간 은행만을 대상으로 실시해오던 IT검사를 올해부터는 보험, 증권사 등으로 확대 실시하면서 보안업체의 금융기관 출신 수요도 많아졌다.
최근 현대해상, 동부화재, 흥국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통합 보안 컨설팅을 받는등 보안체계를 재정비하면서 금융권 보안 업무에 종사했던 직원들에게는 IT업체의 손짓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IT업체가 강력하게 유혹해오지만 대부분의 은행 직원들은 이를 거절하고 있다. 아직 은행 직원들은 ‘은행이 뼈를 묻을 평생 직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경영 위험이 높은 벤처 IT업체로 섣불리 옮겨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 전산업무가 깊이는 있지만 폭이 좁아 업무 분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IT업체에 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은행 직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러가지 제약을 감수하고 IT업체로 옮겨간다 해도 보수적인 은행과 너무나 대조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고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은행 직원들의 IT업체행이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은행들의 합병이 본격화되면 인원 감축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합병후에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 뻔하고 그때는 IT업체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IMF때처럼 은행을 나가서 김밥집이나 통닭집을 차리는 것보다는 나을테지만 등떠밀리는 바람에 ‘마지못해’ 가는 것은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kftime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