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은행권의 잠재손실은 지난 3월말 기준 총 3조9393억원으로 최종 집계됐고 은행간 희비가 엇갈렸다. 잠재부실 발표는 향후 은행권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하면 기존의 요주의, 고정에서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된 워크아웃 기업들의 장래에도 큰 영향을 주는 등 경제 전체에 적지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잠재 부실 내용과 향후 파장 등을 정리했다.
<편집자>
■ 은행 잠재손실 현황
3월말 기준 금감원이 발표한 11개 시중은행, 6개 지방은행, 6개 특수은행의 전체 잠재손실은 3조9393억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금감원이 그동안 사용해왔던 잠재부실이라는 개념 대신 잠재손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언론은 물론 정책당국자들도 잠재부실과 잠재손실이라는 개념을 혼용해 쓰고 있지만 금감원은 지난 28일 각행 여신관리 담당 실무자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여기에 대해 교통정리를 했다.
금감원 기준에 따를 경우 은행들이 6월 한달간 자체 보고와 금감원 실사, 워크아웃 기업여신등에 대한 건전성 재분류 등을 통해 최종 기준을 마련해 새로 드러난 부실, 즉 본래 의미의 잠재부실은 총 5조1148억원이다.
잠재부실은 대우 계열사 1조1059억원, 비대우 워크아웃 업체 2조875억원, 법정관리 및 화의업체 9365억원, 자회사 1604억원, 기타업체 8246억원으로 구성된다. 잠재부실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되면 주택 신한 조흥은행도 부실이 제로가 아니라 행당 수백억원에서 3000억원 안팎에 이르게 된다.
금감원은 그러나 본지가 6월26일 및 29일자 1면에서 보도했듯이 워크아웃 여신의 건전성 분류강화로 은행권 잠재부실이 5조원을 넘자 약간의 ‘트릭’을 썼다. 잠재부실에서 기존의 초과 대손충당금을 뺀 잠재손실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른바 초과 충당금 환입으로, 이 금액이 은행권 전체로는 1조1755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기준을 초과해 은행들이 이미 쌓아놓은 충당금을 이번에 새로 드러난 잠재부실에서 빼야 정확한 부실을 산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시장에 주는 충격을 감안, 막판에 잠재손실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과정을 보면 잠재 부실을 축소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 은행권 판도변화와
2차 구조조정
이번 잠재손실 공개는 미미하지만 2차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들의 주도권 다툼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로 가장 부상한 은행은 시중은행권의 경우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주택은행이며 반대로 한빛 외환 평화은행은 부실은행으로 영원히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그동안 우량은행으로 자부해왔던 국민 하나 한미은행은 우량은행의 위상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예상보다는 부실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은행 가운데는 부산 전북은행이 상대적 우량은행 범주에 들어간 반면, 광주 제주은행은 독자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대구은행도 우량은행이 되려면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놓고 보면 조흥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이 이루어지더라도 우위에 서게 됐고 광주은행 합병 등을 통해 지방은행의 맹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감독당국이나 다른 은행의 눈치를 보지않고 지주회사 방식을 통해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받았고 주택은행 김정태닫기

■ 앞날 험한 워크아웃 기업들
금감원이 26개 워크아웃 기업 여신을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하려 하자 은행권은 크게 반발했다.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 이들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한 신규 여신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한 건전성 분류 강화를 강행했다. 진로 여신도, 고합 여신도, 갑을 여신도 모두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50%의 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이제 잠재손실 공개의 불똥이 워크아웃 기업들로 튀게 됐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특정 기업의 여신이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분류된다면 신규여신은 생각도 할 수 없으며 선순위 담보권자인 주채권은행 입장에서는 청산을 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잠재부실 공개를 계기로 워크아웃 여신 뿐만 아니라 일반 여신에 있어서도 은행들의 심사는 더욱 까다로와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여신을 주로 취급하는 한빛 외환은행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은 국가 경제 전체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가계금융 전담은행 보다 기업금융 전담 은행들이 살아야 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