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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합병 물건너 가는가

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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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0-05-29 09:16

IMF 때와는 달라, 은행간 우열 가리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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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하나등 우량 후발은행들이 독자생존을 위해 개별은행 차원의 지주회사 설립을 잇달아 선언하고 국민 주택등 선발 우량은행들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조흥 한빛 외환은행과는 합병하지 않겠다며 공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 일반의 예상과 달리 은행 합병은 당분간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지주회사 방식을 활용한 공적 자금 투입은행간 합병 외에 주택-하나은행, 국민-한미은행의 결합說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이라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중론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4일 이희건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에서 그동안의 방침대로 독자생존 전략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종합금융그룹화 계획을 추진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신한은행은 이와 관련 “그동안 정부가 합병을 강제하는 분위기 때문에 기존 입장이 흔들린 것도 사실이지만 이날 이사회를 통해 독자생존 전략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합병 문제는 가능성만 열어 주는 정도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신한은행에 대한 제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율이 27~28%까지 떨어지고 이로인해 경영권 확보문제를 고민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교포 주주들이 주인 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합병을 꺼리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주택은행과의 합병설이 나오고 있는 하나은행도 신한은행처럼 자체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독자생존이 확고한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알리안츠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면서 독자적인 금융그룹을 만들기로 방침이 정해졌다”며 “총수신이 38조원으로 은행권중 4위이고 총자산은 50조원으로 5~6위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은행과 합병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생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들은 주택은행과의 합병설에 대해 “주택은행이 마치 하나은행을 흡수합병할 것처럼 큰 소리 치고 있지만 주택금융은 독점체제가 무너져 미래가 없으며 총자산이나 총수신 등에서 주택은행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뿐더러, 하나은행 대주주인 알리안츠와 주택은행 대주주인 ING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두 은행의 합병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하나은행측은 “가계금융전문인 주택은행이나 국민은행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부문에 강한 하나 한미 신한은행과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국의 합병 사례를 연구해 보면 시너지 효과를 노린 합병은 대부분 실패했으며 오히려 성격이 같은 은행끼리 합병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사실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주장대로라면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은 후발 우량은행들에게 추파를 던질 것이 아니라 합병이 하고 싶으면 자기들끼리 하라는 소리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펄쩍 뛴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말 골드만삭스와 공동으로 만든 합병전략에서 주택은행과 합병하면 중복이 심해 점포와 인력을 절반정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안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 놓은 상태다.

주택은행의 경우도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연일 합병론을 설파하고 합병을 거부하면 결국 시장이 심판할 것이라고 선지자처럼 외치지만 국민은행과 합병하라고 하면 펄쩍 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그렇다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합병하면 어떻겠냐는 제의에 대해서는 주가폭락을 들어 시장이 반대하는 합병은 있을 수 없다며 목소리가 올라간다.

한편 우량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볼륨이 작아 온갖 은행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는 한미은행도 “혼자 사는 게 낮지 속아 결혼해 장기신용은행처럼 되지는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한미은행은 금감원이 카알라일펀드로부터의 5억달러 외자유치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승인해주지 않자 투자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고 중소기업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의 특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5개 우량 은행들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시장에 의해 우열이 확실하게 가려져 합병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기 전에는 자율 합병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IMF 직후 장기신용은행이나 보람은행의 상황과 현재의 신한 하나 한미은행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밝히고 “신한 하나 한미은행이 그동안 지방은행 P&A등을 통해 외형이 커진데다 또 선발 6대 시중은행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대함으로써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이 쉽게 공략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렸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총수신이나 자산, 자본금 등 외형뿐만 아니라 자산의 질, 미래 발전 가능성, 조직의 맨파워 등까지 감안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신한 하나 한미은행이 국민 주택은행에 비해 뒤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시장과 감독당국의 압박 속에 헤쳐모여 할 곳은 현시점에서는 결국 조흥 한빛 외환등 정부가 대주주인 공적자금 투입은행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약혼만 해 두는 지주회사방식의 부실은행간 합병이 얼마 만큼 시장의 평가를 받을 지는 미지수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분석이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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