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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권시장 ‘좌지우지’

박태준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4-08 19:03

농협등 장기債 독식 시장주도…수익률 우위

최근 채권시장이 은행 주도의 ‘유동성 장세’ 양상을 보이면서 농협을 비롯한 메이저 은행들이 금리를 좌우하고 있어 시장의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채권시장의 양대축을 형성하던 은행과 투신사간에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일부 메이저급 은행의 포지션에 따라 타 기관들의 시장 움직임이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에 이어 최근 메이저 은행들의 딜링성 매수에 힘입어 채권시장이 강세를 띠고 있는 가운데 투신사를 비롯 증권·보험·종금 등 기관들은 은행에 비해 뒤늦게 매수에 가담, ‘수익률 게임’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농협과 한미은행등 일부 메이저 은행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장기채와 단기채를 번갈아 매수하면서 금리 하락을 이끌고 있다.

특히 5년물과 같은 장기채의 경우 농협이 대부분의 물량을 휩쓸어 가 시장에서 유통물량을 찾기 힘든 상황이고, 최근 8%대까지 떨어진 국고채 3년물도 몇몇 은행들이 이미 9%대에서 대거 선취매 해놓은 상태다.

농협의 경우 올해들어서만 장기물 위주로 5조원 어치의 채권을 순매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강세를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고 관망세를 유지했던 투신 등 타 기관들은 총선 이후까지 금리 상승요인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자 뒤늦게 현물 사들이기에 나섰지만, 이미 수익률에서 한참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에 대해 대우증권 채권영업팀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우 최근 단기딜링 포지션만도 5000~6000억원 이상을 지표채권 매수에 투입하고 있다”며 “9%대에서 3년물을 선취매한 농협 등 일부 은행들은 이미 평균 40bp에 이르는 차익을 낸 상태”라고 말했다. 게다가 장기물에서 차익을 실현한 은행들은 1년짜리로 순환매를 하고서 장기금리가 소폭 상승한 다음에는 3년물과 5년물을 다시 사들이고 있어 추격매수에 나서는 기관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주 재경부가 투신권 자금유입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어 조만간 투신사들도 채권시장에서 ‘옛 지위’를 되찾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채권시가평가 적용을 받는 펀드들의 경우 유리한 금리에서 국고채를 편입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서서히 매수세에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협 등 장기채를 대거 매수한 은행권이 올해 가격탄력성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매집한 채권을 상당기간 보유한다는 전략이어서 투신권은 물론 일부 은행들도 장기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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