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2주전에 열린 외화증권 발행업무와 관련된 종금업계의 회의가 끝나고 시작됐다. 여기서 업계는 외화증권 발행 업무가 업계의 10년 이상에 걸친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업계간에 서둘러 경쟁적으로 발행하지 않고 엘지 동양 한국 한불등 4개사가 T/F팀을 구성, 어음거래와 관련된 거래규약을 우선 마련하자는 신사협정에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동보조는 한불의 갑작스런 외화증권 발행으로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한불이 갑작스럽게 자금이 필요하게 되면서 3천만달러 규모의 외화증권 발행을 단독으로 강행한 것. 물론 이 과정에서 한 종금사가 자체적으로 공들여 준비해온 ‘어음발행 양식’마저 참고로 한다며 요청했고, 이를 독자발행에까지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무임승차’며 이로 인해 업계 공동보조 마저 흐트려졌고 업계간에 불신감 마저 싹트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엘지종금. 사실상 지난 10여년간 재경부에 꾸준히 거주자에 대한 외화증권 발행을 건의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고 지난 1년간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며 자체적으로 ‘Note purchase agreement’까지 마련해 놓고도 신사협정으로 인해 일부러 증권 발행 시점을 늦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켓에서의 ‘최초’라는 의미가 실질적인 효과를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무형의 가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 따질 수 없는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엘지는 지난주부터 부랴부랴 일부 리스사들과 그룹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외화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흥미를 잃은 분위기다.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어느때보다 업계간에 ‘합의’와 ‘신뢰’가 유지돼야 하는 시점에서 이번 사건으로 불신감 마저 싹트고 있어 종금업계에 드리운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