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첨병을 자임해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뮤추얼펀드의 세계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출렁이는 시황의 흐름에 운용 실적이 천차만별이고, 냉정한 고객들은 ‘부자’에게만 돈을 몰아준다. 제도상의 문제도 수두룩해 ‘마이너’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정착기를 견뎌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투신권의 구조조정문제가 겹쳐 당국도 자산운용사의 호소에 쉽게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들이 직면한 문제와 한계, 개선돼야할 과제들을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1~2년 전만해도 ‘연봉1억원’하면 신문에 났다. 어지간한 유명세가 아니면 억대 연봉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새끼 매니저’들도 억대가 흔하다. 전적으로 펀드의 운용실적에 매달려 장사해야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좋은 인력을 구하기 위해 돈을 아껴서는 안된다.
이렇게 비싼 인건비에 사무실 운영비, 기타 잡다한 비용까지 합치면 ‘소수 정예’의 조직이라해도 1년에 수십억원의 경비가 들어간다.
뮤추얼펀드를 운용해주고 자산운용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1~1.1%수준. 결국 어느정도 조직의 모양을 갖춘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운용하는 펀드의 규모가 적어도 2000~3000억원은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사의 현실은 거리가 있다. 기껏해야 ‘빅3’ 정도가 규모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나머지는 펀드운용 규모가 형편없다.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독주하고 있는 곳이 미래에셋. 2조5000억원 안팎의 뮤추얼펀드를 굴리며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2위그룹이 마이더스, SEI 쯤 되는 데, 뮤추얼 펀드와 투자자문 등을 포함해 외형이 5000억원 안팎이다. 그나마 SEI는 자문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아 최근 볼륨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뮤추얼펀드만 따지면 1위인 미래에셋과 2위권 자산운용사들의 차이가 10배로 벌어져 있다.
뒤를 잇는 곳으로 KTB자산운용, 리젠트자산운용을 꼽을 수 있다. 뮤추얼펀드 규모 800억~1500억원 안팎.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운용사들은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영세하다.
결국 미래에셋 한 곳만이 안정적일 뿐 나머지는 수수료 수입으로 간신히 정상적인 조직을 유지하는 정도이거나, 아니면 펀드매니저들까지 펀드 세일즈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인건비정도 뽑아낼 수 있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셈이다.
문제는 ‘1强 全弱’의 이같은 업계구도가 개선되고 있다거나, 단기간에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펀드 판매회사(증권사)들은 지명도와 신인도가 떨어지는 중소형 자산운용사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 일례로 삼성증권은 미래, 마이더스, 글로벌에셋 외의 뮤추얼펀드는 판매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종전까지 끼워주던 리젠트자산운용도 최근에는 빠졌다. 리젠트그룹에 대한 평판이 나빠진데 따른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수 없다.
LG증권은 KTB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대상에서 뺐다. 활발한 언론플레이와 재벌관련 인맥등을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에셋을 예외로 친다면, 대형증권사들로부터 판매를 ‘허용’받을 수 있는 뮤추얼펀드는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다른 금융업종들이 그런 것처럼 자산운용사들 역시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별히 ‘틈새’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대세에 밀려 주저앉고 마는 회사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몇 명이 옹기종기 모여 큰 손들의 자금이나 관리해주는 옛적 투자자문업무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자산운용사들의 현실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관련 법규와 제도의 불합리한 제약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국은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잘나가는’ 미래에셋이 흔히 변명의 사례로 활용되곤 한다. 이에대해 한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출세한 흑인이 하나 나왔다고 해서 흑백문제가 없다는 식의 논리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성화용 기자 shy@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