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코스닥 대폭락은 세계증시의 동조화에 일차 원인이 있으며, 거의 전적으로 나스닥의 폭락을 뒤쫓아 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만큼 우리 증시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앞선 미국 시장의 여러가지 ‘징후’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미국시장 한켠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마 시프트’에 대한 논란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다우존스 지수가 철강,화학,금융등 ‘전통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상이 과연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테마 자체가 바뀌려는 것인지에 대한 주장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학구적 접근법과는 무관하게 지난주의 코스닥 대폭락이 우리나라 투자자들을 새로운 투자행태로 이끌 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코스닥 폭락이 갖는 상징성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지나친 주가 상승을 ‘위험하다’고들 하면서도 기세로 따라갔지만, 이제는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한동안 ‘묻지마 투자’가 유행했고, ‘상한가 추격매수’를 결정하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지만, 이제는 신중해지지 않겠느냐는 것.
실제로 지난해 12월 중순의 코스닥지수폭락 당시와는 투자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 때는 ‘코스닥 대책’이라는 확실한 재료가 있었고, 폭락전 일주일간 손정의씨 방문등으로 과도하게 지수가 상승해 위안이 됐다.
그러나 연말경 들락 날락 조정을 받다가 예고도 없이 패닉상태로 전락한 이번 폭락사태는 투자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시장과 달라 선물거래등을 통한 안전장치가 아예 없으며, 개인이건 기관이건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은 ‘매매’밖에 없다는 사실도 새삼 되새겨야할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덧붙인다. 안전판이 취약한만큼 조심을 거듭해야하는데도 그동안 투자패턴은 거꾸로 치달았다.
한번쯤 ‘된 맛’을 봐야 일탈한 궤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걱정했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그 계기가 돼 주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투자 격언이 사흘간의 코스닥 폭락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고 허탈해 했다. 그동안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하한가에도 망설이지 않고 던질 수 있다. 개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기관들 역시 ‘내 패는’ 투매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기대수익과 위험은 정비례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투자원칙이 코스닥이라고 예외일리 없는데도 그동안 ‘막연한 낙관’에 기댔다가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출혈’이 과도해지기 전에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데, 과연 바람대로 투자행태가 달라질 지, 폭락이후의 코스닥시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성화용 기자 shy@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