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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99 증시정책

성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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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0-01-03 09:55

‘대우채’ ‘수급조절’ ‘코스닥’…정책당국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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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의 자본시장은 ‘격동’이라는 표현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낄정도의 험한 변화가 이어졌다.

전세계적인 ‘인터넷혁명’의 기세를 타고 우리 증시도 극단적인 주가 차별화현상이 일어났고, 벤처열풍에 코스닥은 끝모를 상승세가 계속됐다. 대우그룹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신권은 환매사태에 직면해 구조조정의 태풍이 휩싸이게 됐으며, 대기업들은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에 쫓겨 엄청난 규모의 증자를 거듭했다.

증시는 첨예한 경제이슈와 이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 또는 행정지도에 따라 一喜一悲 춤을 췄다. 정책이 단순히 증시와 그 주변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을 경유해 우리 경제구조 전반에 생각지 않았던 영향을 미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난해 증시 관련 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증시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굉장한 파괴력으로 다가온 대우債, 코스닥, 증시수급조절과 관련된 정책들은 그 효력이 지난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을 더 갈지, 어떤상황으로 이어질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편집자>

◆ 정부 스스로 깬 ‘투자의 원칙’

99년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투자’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만하다. 증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투자자 계층의 확산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그러나 정부는 성장기에 진입한 한국의 자본시장에 투자의 기본 원칙을 바르게 세우는데 결정적으로 실패했다. 대우債 투자에 의한 손실을 투자자에 부담시키지 않고 결국 위탁받아 운용해준 투신사와 수익증권을 판매한 증권사에 전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위험과 기대수익은 비례관계에 있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원칙은 사실상 깨지고 만 셈이다. 동시에 수익자가 투자위험을 부담해야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도 무의미하게 되고 말았다.

물론 대량환매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며 달리 대안이 없었다는 변명이 뒤따랐지만, 그것만으로 정부의 대우채 처리 방안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고스란히 손실을 감수하는데, 채권에 투자한 사람은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원본을 보전해주는 결과가 됐다.

앞으로도 금융경색이 일어나면 다시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해야되는지, 이 경우 우리 자본시장에 ‘투자’라는 개념이 정착될 수 있을지, 과연 정부는 이 중대한 오류를 어떻게 원칙으로 접근시킬지,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당장 급하다고 그린벨트를 풀어놓고, 후세가 환경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현실론’ ‘시장안정론’만으로 설득하기에는 너무나도 중대한 사안이 가볍게 처리됐다는 것이다.

◆ 무리한 增資 기업·시장 망친다

정부가 핵심적인 재벌 구조조정책으로 들고나온 것이 ‘부채비율 200%’인데, 이 역시 증시에는 악영향이 상당했던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증시의 수요 요인만을 보면 종합지수가 1천1백포인트대에 갔던 지난 94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이 좋았다.

94년 주식형 수익증권이 12조원대인데 비해 지난해 주식형수익증권 규모는 56조, 고객예탁금은 94년 4조원 대 99년 12조원으로, 단순히 수요측면만 놓고 비교하자면 종합지수는 2천~3천대까지 갈 수도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증시는 29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나와 오히려 수요를 압도하는 양상이었다.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한 대기업의 유상증자가 주범.

그렇다면 과연 부채비율 200%는 구조조정을 위한 최선의 정책수단일까. 이와 관련해 94년 대우조선과 합병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7천억원을 증자한 대우중공업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본금을 늘린 대우중공업은 회사 내용을 좋게 보이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했다. 그러나 물량이 폭증해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고, 나중에 자금이 필요해도 증자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 됐다. 결국 회사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어 재무구조는 순식간에 악화됐다.

대우중공업의 사례는 업황과 외부환경이 나빠지면 애써 맞춘 ‘부채비율 200%’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과도한 증자가 어떤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지난해말의 현대건설등 일부 대기업의 증자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재벌 구조조정을 서두르느라 부채비율 200%를 획일적으로 강요했고, 결국 호황장세에 편승해 엄청난 증자물량을 시장에 쏟아내는 것을 방치한 셈이 됐다.

정부가 수급을 조절하지 않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자율’에 맡겼다는 해석보다는 방만한 증자를 방기했다고 비난하는 편에 서있다. 이러한 요인은 주가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 사후약방문 ‘정치자금’루머

지난해 증시 정책으로 가장 비난받는 것은 역시 코스닥시장 안정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점이다. 과열조짐을 보인 것은 이미 상반기부터 였는데도 정부는 코스닥진입의 문턱을 높이지 않은 채 ‘졸업정원제’를 고수했다. 아예 ‘코스닥 정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가 납폐가 가까워서야 결국 건전화대책을 내놓았다.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채 무더기로 등록한 코스닥기업들이 내년에 투자자들에게 어떤 피해를 초래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중에 어느 한 기업이라도 도산하거나 또는 악덕기업주가 나타나 사기행각을 벌이고 잠적하기라도 하면 코스닥 시장은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한 경고와 건의가 지난해 하반기들어 끊이지 않았지만, 당국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내년 총선자금을 코스닥에서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악성루머가 돈 것도 이 때문이다. 대책은 시장이 과도하게 팽창된 후 나와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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