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꿈같은 소리’가 현실화된 경우는 은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은행 행원인 권모씨(35세). 서울대 법대 출신인 권씨는 몇 년전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새롬기술에 8천만원을 원시 투자했다.
최근 새롬기술이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면서 권씨의 차익과 관련된 여러 소문이 행내에 퍼졌다. “1백억원은 족히 넘는다”는 얘기부터 “3백억원이나 된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그러나 은행측에서 확인한 결과 권씨의 수익은 60억원대.
수십년간 은행 임원으로 근무해도 벌 수 없는 떼돈을 단 한번의 ‘베팅’으로 벌어들인 것. 결국 권씨는 지난주 사표를 내고 은행을 떠났다. “퇴직후 유학을 간다고 했다” “투자자문사를 차릴 예정이다”라는 등의 소문만 은행 내에 돌고 있다.
코스닥에 투자해 ‘한 몫’을 잡은 또 다른 은행원은 외환은행 과장대우로 있던 조모씨. 조씨 역시 장내에서 새롬기술에 7천만원을 투자해 11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조씨도 최근 은행에 사표를 던지고 벤처기업 자금담당 부서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해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주식으로 ‘떼돈’을 번 직원들이 줄줄이 은행을 떠나면서 남아있는 은행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평생을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돈을 한순간에 벌어 ‘화려한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주위 동료들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져 있는 것.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젊은 직원일수록 은행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임원이 되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며 “결국 주식투자를 인생의 ‘기회’로 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은행임원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업무시간중에 주식투자를 못하게 하자 화장실에 가서 핸드폰등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등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일확천금의 기대감은 은행원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관심 없던 직원들까지 주식시장에 전재산을 털어넣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수십배의 수익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코스닥에 특히 관심이 많다. 꿈에 부풀어 있는 은행원들의 주식투자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