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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만 앞선 금융권 IT투자… 방향감각 ‘상실’

박기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2-29 19:36

개별 사업부 목소리커져 신속한 의사결정 어려워

구조조정 이후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된 금융기관들이 올해 적극적인 IT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투자의 방향성을 상실할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특히 IMF관리체제 이전 IT투자의 의사결정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정보시스템부서와 올해 사업부제 출범이후 단위 업무의 IT플랜을 짜내는 일선 현업부서 사이에서의 견해차가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업부서와 정보시스템본부간의 사전 의견조율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의사결정라인이 형성되다 보니 부서간 갈등과 반목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 대폭적인 IT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銀행권에서 가장 빈발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銀행들은 전산담당 임원과 부서장이 현업부서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일사천리로 IT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IT투자 창구의 단일화가 이렇게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현업부서의 의견수렴이 되지 않은 독선적인 IT투자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투자기조의 일관성은 유지돼었다. 따라서 담당임원과 전산부서장이 호흡이 잘맞으면 해당 금융기관의 IT경쟁력은 눈에 띠게 발전했다는 게 담당실무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올해 銀행권이 본격적으로 사업부제를 도입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정보시스템부서가 본부로 격상되면서 IT투자의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매금융영업본부, 기업금융본부등 덩치가 커진 일선 현업부서에서도 웬만한 IT플랜을 직접 도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정보시스템부 직원을 일선 현업부서에 일종의 파견형식을 빌어 현업부서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 하나의 IT투자를 집행하려면 담당임원, 기획부서장, 현업본부장, 정보시스템부서등 3~4개의 의사결정라인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는 게 실무자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국내의 모 CRM공급업체는 A은행을 3번이나 방문해 자사 패키지의 프리젠테이션(설명회)를 가져야 했다. 전산부서와 소매금융부서, 기획담당부서로부터 각각 설명회를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부서간 의견조율이 사전에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물론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부서간 의경쟁의식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 결국 건건마다 이런식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이에따른 무형의 비효율도 적지않다.

또다른 B은행은 이미 지난 8월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단위 리스크시스템구축 작업에 들어갔지만 결국 차세대시스템 구축작업에 들어가면 또다시 이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 작업을 재검토해야 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아직은 우려하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실제로 리스크관리팀과 차세대팀과의 의견조열이 안맞을 수 있는 기술적인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리스크관리공급 업체의 설명이다.

궂이 예를 들자면 이러한 의견차가 가장 빈발하는 곳이 바로 은행의 전산부서와 전자금융부서다. 최근 인터넷뱅킹시스템등 전자금융부(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해지자 일부 은행은 전자금융팀을 사실상 부서급을 격상시켰고 역할 자체도 업그레이드 했다. 실제로 시스템 업체 선정등 상당부분을 단독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프로젝트 프로세스를 거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보시스템부서에서 요구하는 스킴과 혼선이 빈발하게 된다. 실제로 C은행은 당초 정보시스템부서에서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을 시도했으나 다시 기획팀으로 프로젝트가 넘어갔고 또다시 전자금융팀으로 옮겨 가기도 했다.

시중은행 전산팀관계자는 “인터넷관련부서에서 얘기하는 것을 액면그대로 다 믿지 말라”고 전했다. 실무전산부서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금융팀에서 내놓은 기획안이 실제로는 기술적인 프로세스가 몇곱절 필요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이밖에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는 은행에서는 현업부서의 요구자체를 수용하는 게 힘겨운 실정이다. 차세대프로젝트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이것저것 참견하는 사공도 많이 그림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심각한 정책적 오류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빛은행은 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내년 1월부터 전산추진위원회(IT Steering Commitee)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전산담당 CIO가 핵심참모역할 담당하며 임원급의 현업본부장들도 정례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는 한빛은행이 IT투자결정의 신속성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IT투자의 프로세스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1천억원대가 넘는 전산투자의 혼선을 막고 경영진이 직접 사전조율을 거쳐 책임투자를 하자는 고결한 취지이다. 이러한 가시적인 노력만이 경쟁력있는 IT투자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銀행들의 반응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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