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업계도 물론 ‘원론’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신탁과 투자신탁이 ‘신탁업’의 본질상 다르지 않으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법과 제도가 통일돼야하며 두 업종의 통합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단행되는 은행신탁과 은행 고유계정간의 분리는 아직 그러한 논의를 진전시킬수 있는 단계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부 형태로 떨어져나간다고 하지만, 완전히 분리해 별도의 법인으로 신탁회사가 설립되지 않는 한 은행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의 ‘관계’가 투명하게 단절된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또 그것을 담보할만한 장치도 미흡하다는 게 투신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사업부로 분리하는 것을 계기로 투신과의 벽을 거의 무너뜨린다면, 그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역으로 투신 관계자들도 은행신탁이 별도의 신탁회사로 완전분리될 경우 상품을 풀어주는 것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보고 있다.
또 한가지 논리는 투신업계가 처해있는 최근의 정황과 맞물려있다. 투신업은 구조조정의 파고를 맞고 있으며, 유동성위기를 간신히 넘긴 채 당분간 살얼음을 걷듯 조심스럽게 경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은행신탁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면 그 충격이 감당하기 벅찰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투신문제는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이 큰 중대한 현안인 만큼 구조조정이후 새 틀이 잡히고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만이라도 배려를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출기능과 압도적인 영업망 등 은행신탁의 투신에 대한 강력한 경쟁우위 요인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조심스럽고 점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걱정반 불만반의 이러한 시각과는 달리 투신업계 일각에서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들어 은행신탁의 자산운용 제약을 대폭 완화해 ‘순수 주식형펀드’가 허용된다해도, 보수적인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체질을 바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는 어려우며, 노하우도 없다는 것이다.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 역시 쉽게 바뀌지 않으며, 결국 신탁이 어떤 형태로든 은행에 남아있는 한 시장은 차별화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투신사들은 아직 금감원의 구체적인 방침이 공개되지 않은만큼 은행신탁의 업무 범위가 얼마나 확대될지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만기가 6개월 정도로 단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운용상의 제약이 완화되는 것은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단기 펀드가 허용될 경우 벽이 급격하게 허물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운용에 비중을 둔 ‘안정형 펀드’시장은 빠른 시간안에 은행권이 잠식해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