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해양수산부 소관인 수협 외에 농림부 산하의 농협, 축협, 임협, 임삼협등 4개 협동조합을 우선적으로 개혁한다는 방침이며, 농림부에서도 지난해 구조조정 방안을 정부측에 전달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농림부가 지난해 9월 제시한 3개 구조조정 방안중 어떤 선택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중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농림부 관계자가 지난 1일 "농협과 축협등이 신용사업부문 확대로 비대해졌다"며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구상중인 구조조정 밑그림의 핵심이 `신용사업 부문의 분리`에 있다는 것은 확인된 셈이다. 농림부가 제시한 3개안의 초점이 신용사업 부문의 효율적인 교통정리에 맞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농협등 협동조합들이 은근히 바라고 있는 방안은 농림부가 제시한 `제1안`인 현행 협동조합체제를 유지하면서 신용, 경제, 지도관리부문으로 조직을 전문화하자는 것이다. 결국 신용부문을 현 체제내에 유지하면서 인사, 보수, 채용등을 각 부문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취지로 각 사업부문의 부회장에게 실권을 주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가시적인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정부의 입장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 거대조직 분리라는 여론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2안`은 농협, 축협, 임협, 인삼협등 4개 협동조합을 묶을 하나의 중앙회를 만들고 그 아래에 각 업권을 담당할 연합회를 두는 방안이다. 특히 신용사업 부문은 따로 떼어내 `협동조합은행`으로 분리, 독립시켜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협동조합은행은 회원조합과 연합회의 공동출자에 의한 특수은행으로 유지하고 은행업, 상호금융업, 정책자금공급업무, 공제사업업무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도록 한다는 시나리오다. 농림부 역시 다른 두 개의 안보다 각 사업별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 되면 현재 각 중앙회별로 모아진 50조원에 달하는 자산과 각 회원조합이 보유중인 50조원 규모의 자산을 합칠 경우 총 자산이 1백조에 달하는 초대형 협동조합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농협내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이 방안으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는 있지만 현재 유통사업등 경제사업 부문이 취약한 약점과 지속적인 농촌 자금지원 대안을 마련하는 문제가 관건이다.
실제로 지난 98년 결산 기준으로 신용사업 부문과 경제사업 부문의 수익구조를 보면 신용사업부문이 1조1천5백억원, 경제사업부문이 1천6백억으로 7대1의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창출원의 대부분을 신용사업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신용사업 부문이 분리될 경우 농촌 자금지원을 위한 대체 수익원을 찾는 문제도 부담이다.
농협측도 이 두가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자발적으로라도 신용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것이 옳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단기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농협 개혁의 필요성이 신용사업의 왜곡, 방만한 경영, 부실 경제사업 등에서 비롯된 것과 금감원이 농·수·축협의 신용사업 부문에 대한 검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 농림부와 정부측의 공식 입장을 종합해 볼 때 정부가 채택될 현실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제3안`은 4개 협동조합의 중앙회를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고 독립사업부제를 실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 통합중앙회장 밑에 신용사업 부회장과 경제사업, 지도관리사업부문의 부회장을 둔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통합`을 실현한다는 것이지만 조직이 너무 비대화돼 비능률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림부 역시 조직의 슬림화와 전문화를 기본으로 하는 구조조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관측이다.
빠르면 이번주중 최종 결론이 날 협동조합 개혁안과 관련 청와대와 농림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문민정부 때도 2년 가까이 논의됐지만 결국 물건너간 협동조합 개혁방안이 이제는 현실화 된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금융계의 새로운 ‘핵’으로 부상할 수도 있는 ‘초대형 협동조합은행’이 탄생할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